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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Jun 11. 2019

교회를 찾아서

  요양원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는 대부분 여자입니다. 요양원 입소된 어르신들의 80퍼센트가 할머니이기 때문입니다. 남자 요양보호사는 주간에 1명 야간에 2명이 근무합니다. 이 요양원의 직원이 50명이 넘는데 40명은 요양보호사고 남자 요양보호사 3명을 빼면 모두 여자요양보호사입니다. 

  요양원 원장님이 목사님이십니다. 목사님이지만 목회보다는 요양원의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을 주로 합니다. 신학대학과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얼마 전에 은퇴한 목사님이 요양보호사로 입사를 했습니다. 나이는 72세입니다. 

  은퇴목사님들이 모여 사는 곳에 은퇴동산에 살고 계신 다른 목사님을 통해 전해들은 말이 있습니다. 그 목사님은 생활이 어렵다고 합니다. 목사 사모님도 이 요양원 식당에서 근무를 합니다. 나도 평소에 알고 있는 목사님입니다. 시골의 작은 교회에서 목회를 했습니다. 

  큰 교회의 목사님은 은퇴 후에 목돈을 받아 편하게 살고 있는데 시골의 작은 교회 목사님은 은퇴 후에도 편하게 살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면 좋습니다. 돈 때문만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도 일하는 게 좋습니다.  

 

 “100세인이 많은 세계적 장수촌 4곳을 직접 취재해 '블루존'이라는 책을 쓴 작가 댄부에트너에 따르면 블루존에 사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은퇴란 개념이 없이 평생 일하는 점이라고 한다. 요리, 청소, 증손자 돌봄, 정원 가꾸기 등 계속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별도로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


 일을 하게 된 목사님과 같이 근무하게 되어 기쁩니다. 그런데 목사님이 이걸 생업이라고 생각하면 서글퍼집니다.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연구소 월리엄 새들리는 Third Age를 위한 6가지 가이드를 제시하습니다. 그 중에 한 가지가 ‘은퇴 후 역할 없는 역할에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서 일의 개념을 돈을 받는 노동에서 자원봉사, 취미활동, 집안 일 등을 포함시켜 넓혀야 한다.’고 말합니다. **


  재산이 많던지, 연금으로 생활하기에 충분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은퇴 후에 그런 생활을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OECD1위라고 합니다.    

 사람도 그렇지만 교회도 빈부격차가 있습니다. 사랑의 교회처럼 큰 교회가 있는가하면 생활비도 못 드리는 개척교회도 있습니다. 교회도 경쟁이 되었나 봅니다. 


 목사님이 요양보호사로 요양원에 취직을 하는 걸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요?“  

 이 물음에 실천신학대학원 박원호 총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을 세우는 일입니다. 지역교회들은 하나님 나라의 백성을 키워 지역사회로 파송해야 합니다.”***

 사람을 키워 지역사회에 파송하는 교회가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많은 목회자들은 이에 대해 잘 못 느끼고 있다고 봅니다. 

  탁월한 영성신학자인 미국의 마르바 던 (Marva J. Dawn)은 이렇게 말합니다. 

 “목회자들은 그들 자신이 본질적이라고 느끼는 것에 대하여 불필요하다. 목회자들은 그들 자신이 교인들을 한데 묶어놓는 연결핀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목회자는 목사가 되는 것이 기독교 사역의 절정이라는 생각 속에서 성장했다. 예수의 이름 안에서 봉사하는 사람들 가운데 목회자가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목회자는 하나님의 말씀과 여러 영혼들을 위임받은 자들이다. 목회자들처럼 남다른 특권을 누리는 자들도 없다.”****


 친구는 많아도 진정한 친구를 찾기는 쉽지 않고, 교회는 많아도 예수님이 원하시는 교회는 찾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특색 있는 교회를 탐방하고 있습니다.  


  화성시 팔탄면에는 ‘진토리 교회‘라고 있습니다. 수원에 있는 여자고등학교 교목인 목사님이 은퇴한 후에 수원 율전동에 교회를 개척했었습니다. 이 교회가 도시 개발이 되면서 화성시 팔탄면 창곡리 산으로 이사를 합니다. 여기에 하우스처럼 교회를 지었습니다. 이 교회는 교회건물도 가설물처럼 되어 있지만 교회기물도 중고품일색입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에 ’나누어주고 버리는 것이 없게 하라‘는 말씀을 따라 물건을 버리지 않습니다. 교회간판도 없습니다. 

  이 교회의 특징은 선교에 있습니다. 크게 3가지 선교를 합니다. 군(軍)선교, 농어촌 선교, 해외 선교입니다. 가을에는 군선교를 갑니다. 전방에 가서 장병들을 위문합니다. 봄에는 농어촌 선교를 합니다.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제주도 전도팀으로 나누어갑니다. 전도하는 방식은 인근 지역 가까운 곳에 있는 교회를 다니라는 것입니다. 

  해외 선교팀의 선교방식은 해외에 나가있는 선교사들에게 선교비를 지원해줍니다. 이 교회에서는 선교사를 파송하지 않습니다. 교인들이 추천한 선교사들이 있으면 그 선교사를 후원해줍니다. 알지도 못하는 교회에서 선교비가 오니까 선교사들은 뜻밖이라 놀랍니다. 그런 선교사님들이 매주 1명 이상 교회 2부 예배에서 감사인사를 합니다. 

  이 교회는 교단도 없습니다. 개척교회 때는 목사님이 자전거를 수리하여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여러 형태의 건강한 교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개신교가 지탄을 받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요양원에서 일하시는 목사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평신도가 모르는 목사의 세계도 알고 싶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종교에 더 의지하게 된다는 데, 종교를 더 잘 알고, 제대로 믿고 싶어집니다.  

190610   


*  <중앙일보>150217, 27면 ‘제3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 배명복(논설위원)

** 《국자는 국 맛을 모른다》 p25 (김윤, 올댓콘덴츠, 전자책 2013)

*** 《함께 살아나는 마을과 교회》 추천사 (정재영, SFC`출판부, 2018)

**** 《껍데기 목회자는 가라》 p17~18 (유진 피터슨⋅마르바 딘, 차성구옮김, 좋은씨앗,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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