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끊이며》
《라면을 끊이며》 (김훈, 문학동네, 2015, 190614)
소설가 김훈의 산문집이다. 출간초기에 베스트셀러였다. 문장이 깔끔하다. 서민들의 식생활에 얼킨 이야기를 풀어간다.
작가는 김밥을 볼 때도 예사롭지 않은 눈으로 본다. 기자 출신의 유명 작가는 보는 눈이 다르다. 김밥과 짜장면을 이렇게 말한다.
“김밥의 가벼움은 서늘하다. 크고 뚱뚱한 김밥은 이 같은 정서적 사명을 수행하지 못한다. 뚱뚱한 김밥의 옆구리가 터져서, 토막 난 내용물이 쏟아져 나올 때 나는 먹고산다는 것의 안쪽을 들여다보는 비애를 느낀다.” 15
“세상은 짜장면처럼 어둡고 퀴퀴하거나, 라면처럼 부박(浮薄)하리라는 체념의 편안함이 마음의 깊은 곳을 쓰다듬는다.” 17
식재료에 대해서도 문장실력을 유감없이 나타낸다.
“대게는 고달픈 다리 속에 가장 향기로운 살을 저장한다.” 60
“사슴고기의 향기는 품격이 높아서 그 잘생긴 짐승의 이미지와 같았다.” 117
책의 전반부는 서민 음식에 대한 내용이다. 값싸고 빨리 먹을 수 있는 김밥, 라면, 자장면 등의 음식의 역사와 애환을 담았다.
후반부에 가면 밥을 먹기 위해 노동을 해야 한다. 서민들의 노동을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 철학적인 부분도 쉽게 녹여내고 있다.
예수님이 인간의 밥벌이에 대해서 말씀하시기를 “하늘에 나는 새를 보라 씨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거늘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먹이시느니라”라고 말씀하셨다지만, 나는 이 말을 믿지 못한다. 하느님이 새는 맨입에 먹여주실지 몰라도 인간을 맨입에 먹여주시지는 않는다. 72
돈이 있어야 밥을 벌 수 있다. 우리의 노동은 반드시 돈을 경유하게 되어 있다. 그런 점에 우리의 노동은 소외된 노동이다. 178-80
마지막에는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꽃은 식물의 성적인 완성이며, 존재의 결정이다. 그래서 꽃은 스스로 자지러진다. 꽃에는 그리움이 없다. 꽃은 스스로 아무것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 그 꽃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앞에 보이는 대상을 그리워하게 한다. 362
읽기 쉽고 이해가 잘 된다. 김훈은 소설 말고도 산문집을 낸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 낸 책이 있다. 여행을 하며 지역을 소개하는 책이다.
김훈은 울진 해양연구소에서 기거하면서 이 책을 섰다고 한다. 바다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