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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Jan 01. 2021

만학도(晩學徒)

새해에는 독서와 글쓰기를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나이 든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자주 듣게 되는 세 가지 표현이 있다. '첫째는 나도 알만큼 안다. 둘째 표현은 이 나이에 뭘, 셋째는 내가 옛날에는 말이지---',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늙었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늙었지만 늙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늦은 나이에 상담공부를 한다. 상담공부를 위해 대학원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때 조금 망설였다. 70이 넘어서 공부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에게 의향을 말하고, 딸에게도 말했다. 아내는 하고 싶으면 하라고 했다. 딸은 망설여지면 한 한기 쉬면서 생각해보라고 한다. 나는 망설여지지 않았다. 바로 입학원서를 썼다. 


  내가 상담을 공부하려는 것은 누구를 상담해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 자신에 심리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나도 내가 모르는 마음의 문제가 있을 것 같았는데 어떤 문제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나를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철모르게 살았다. 뒤늦게나마 철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늦철’이라는 호를 붙였다. 정약용은 강진으로 귀향을 가서 ‘늦봄‘을 이렇게 노래했지. ’늦봄’은 ‘늙은 자신’을 말하는 것일 게다. 


   “여생餘生을 원포園圃 가꾸는 노인이 되라고

하늘이 백련봉白蓮峰 작은 집을 빌려주었네.“(---)

산다는 게 모두 기생寄生의 처지임을 알았으니 – 정약용의 <늦봄> 일부


   정약용은 여생을 (園圃)과수와 채소를 가꾸며 지냈다고 했다. 그걸 위해 작은 집을 빌려주었다고 했다. 그가 말한 밭과 과수원은 무얼 말할까. 작은 집을 빌렸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나는 이 시를 이렇게 이해하고 싶다. 과수와 채소는 정신과 지성이 아닐까. 작은 집을 빌렸다는 것은 육신을 말한다. 노후에 다산은 정신과 지성을 가꾸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고 생각한다. 그는 유배 생활 동안 대표작인 <목민심서>를 완성하였다. 뿐만 아니라 만나지 못하는 두 아들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며 아버지의 역할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정약용이 말한 것처럼 살아 있어도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는 ‘유생무생有生無生’이 되기는 정말 싫었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졸지에 죄인으로 몰려 남쪽지방 강진으로 유배를 갔다. 찾는 이 없는 그곳은 감옥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그곳에서 복사뼈에 구멍이 몇 번 날 정도로 목숨을 걸고 독서했다. 그러면서 공부를 출세나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공부를 하면 자신도 잃고 공부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정약용이 두 아들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들을 편지로 써서 보냈다. 그 가운데 독서에 관한 내용이다.

1. 독서를 할 때는 먼저 마음속에 확고한 생각이 있어야 한다.

2. 책을 읽을 때 중요한 내용은 가려 뽑아 따로 정리해 두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3. 독서할 때는 뜻을 분명하게 파악해야 한다.

4. 독서야말로 사람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깨끗한 일이다.

5. 너희들이 책을 읽는 것이야말로 이 아버지의 목숨을 살리는 일이다. "(《마흔 당신의 책을 써라》 (김태광, 글로세움, 2012) 257p)


새해에는 조금은 독서와 글쓰기에 집중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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