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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Jan 11. 2021

코로나와 마스크

 “마스크 쓰세요!”

 고속버스 기사의 목소리가 나지막하다. 

 작년 봄에 서울 갈 일이 있어 아침 일찍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아침 7시 40분에 출발하는 버스다. 늦으면 사람들이 많아서 버스를 타지 못할 때도 있다. 때문에 출발 20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 일찍 도착해 버스표를 사고 기다리는 게 좋다. 버스표를 사러 매표소로 향했다. 매표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버스표를 내게 건넸다.  

   

 코로나19가 온 국민의 얼굴에 마스크를 안겨주었다. 코로나 이전에도 황사,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마스크하기가 강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외출할 때 꼭 마스크를 써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가 없으면 승차가 거부된다. 공공장소에 갈 때도 마스크가 없으면 입장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습관이 되지 않아 마스크 쓰는 것을 잊고 집을 나올 때가 있다. 

 문밖을 나왔다가 마스크를 잊고 나와 다시 집에 들어간 일이 더러 있었다. 다섯 번에 세 번은 그러했다. 그런 경험을 한 후 차츰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가끔은 잊고 나온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있다. 외출할 때 가지고 다니는 백팩에 마스크를 한 장 넣어 두기로 했다. 그러면 마스크를 잊고 나와도 다시 집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이치를 깨달았다. 또 외출 중 우산을 잃어버리듯 마스크를 잃어버려도 백팩에 여유분이 있으니 안심이 되었다. 그렇게 하니 심리적으로도 안정이 되는 것 같다. 

  터미널로 가는 보도步道에는 마스크 없이 다니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 어쩌다 마스크 없이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면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외출할 때 신발을 신듯이 마스크가 이젠 생활필수품이 되어가고 있다. 

  “마스크 쓰세요!”

   버스기사가 내가 앉은 자리까지 와서 소리쳤다. 조금 전보다 목소리가 커졌다. 

  “없는 데 어떡해요?” 

  내 옆자리에 앉은 중년 여인의 대답이었다. 화장도 하지 않은 맨얼굴이었다. 
    “그러면 내리셔야 합니다.”

  운전기사의 목소리가 무겁고 단호했다. 순간 여인의 얼굴이 일그러져 보였다. 

  “마스크 여기 있습니다.”

  나는 백팩의 작은 포켓의 지퍼를 내렸다. 마스크를 꺼냈다. 그리고 여인에게 건넸다. 

  “고맙습니다.”

  뜻밖의 손길에 일그러졌던 얼굴이 일순 환해졌다. 여인은 내가 건네준 포장지를 뜯고 마스크를 꺼내 얼굴을 가렸다. 마스크 한 장으로 미소를 짓는 걸 보고 나도 마음에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여인은 비어 있는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겨 않았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했을 때는 중국만의 문제였다. 세계는 ‘중국이 어떻게 하나?’하며 건너동네 구경하듯 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한국, 일본, 이태리, 미국 등 전 세계의 문제가 되었다. 가까운 곳의 문제는 곧 나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부담을 안겨주기 때문에 제때에 적은 부담을 가지고 도움을 주는 것이 사회문제의 비용을 감소시킨다.” 

  사회복지대학원에 다닐 때 배운 《사회복지 개론》에 있는 내용이다. 이웃의 일에 관심을 갖고 도울 때 더 큰 사회문제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코로나를 없애려면 백신이 나와야겠다. 빠르면 금년 가을에 나올 거라 한다. 이화여대석좌교수 최재천은 《코로나 사피엔스》란 책에서 백신에 대해 말한다. 
 

 “백신 중에 좋은 백신은 제약회사에서 만든 화학백신이 아니다. 제일 좋은 백신은 바로 행동백신과 생태백신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바로 행동백신이다. 그리고 숲이나 동물에게서 우리에게 건너오지 못하게 하는 게 생태백신이다. 사람들이 행동만 확실하게 하면 질병이 옮아가지 않는다.”
 

  화학백신은 치료성격이지만, 행동백신이나 생태백신은 예방이다. 입은 가리고, 사람과의 사이는 떨어지는 게 가장 좋은 백신이란다. 

 고속버스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탄다. 운전기사가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한다.

  “마스크 쓰세요!”

  코로나 시국에는 인사법도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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