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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Feb 20. 2022

사람 냄새

하늘 냄새


  잊지 못한 냄새가 있습니다. 625 피난 시절, 5살이었습니다. 엄마가 시장을 가면 따라다니면서 맡았던 엄마 냄새입니다. 시장에 볼거리가 많아, 구경하느라 엄마 손을 놓친 적이 있습니다. 엄마를 잃고 “엉~엉~” 울면서 엄마 비슷한 사람이 지나가면 엄마인 줄 알고 좇아갔지만 가까이서 엄마의 독특한 냄새가 안 나면 돌아서곤 했습니다.

 70년이 넘었지만, 엄마의 냄새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냄새냐고 묻는다면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엄마의 체취는 젖 냄새와 비슷했습니다.     

 

 사람은 사람 냄새가 나야 사는 것 같다고도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 냄새는 인간미, 인간의 정(情)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사람 냄새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요즘은 사람 냄새가 그립습니다. 각박한 세상에서 사람 냄새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작은 동네에서 서로 정을 나누고 살았습니다. 좋은 소식을 들으면 모두 기뻐했고, 안 좋은 소식은 걱정하고 도와주곤 했었죠. 가난했지만 인정이 넘쳐났습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모든 게 풍족해졌지만, 사람 냄새를 맡기는 어려워졌습니다.

     

 냄새와 향기는 같은 듯 다릅니다. 냄새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입니다. 하지만 자연에 있는 물 냄새, 바다 냄새, 산 냄새를 말할 때와 음식 냄새는 예외입니다. 음식 냄새를 음식 향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냄새를 좋은 뜻으로 쓰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 냄새는 긍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가 있습니다.    

  

사람 냄새를 풍기고, 맡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중략)

스스로 하늘 냄새를 지닌 사람은 

그런 친구를 만날 것이다. - 법정 스님의 <사람이 하늘처럼> 중에서

          

 하늘 냄새를 맡아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늘 냄새가 나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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