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을 한 장으로
정신분석가인 정도언의 글이 신문에 연재될 때부터 읽어왔습니다. 그때도 관심 있는 내용들이 많았지만,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읽게 되니 정신분석을 한 개의 건전지에 축약한 느낌입니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관계가 없이는 살 수가 없습니다. 그런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는 모두에게 관심사입니다. 여기에서 저자는 사람들의 관계에서 숨겨진 나와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내 삶은 윤택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을 정신분석학적으로 풀면 늘 '대상을 찾으려 object-seeking' 한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상 object'이란 의자나 책상 같은 물건이 아니고 사람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갓 태어나서부터는 부모가 나에게 매우 중요한 대상입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에는 선생님, 중·고등학교 때는 동성 친구, 대학생이 되면 이성 친구, 결혼하면 배우자가 내 인생의 중요한 대상입니다. 그런데 더 깊이 들어가면 내 마음에는 항상 이러한 대상들이 복사된 이미지들이 존재합니다. (중략)
살면서 겪는 일들은 현실의 외적 대상들과 마음속의 내적 대상들 그리고 무의식, 전의식, 의식, 자아, 이드, 초자아가 전개하는 드라마의 연속선상에 있습니다. 내가 내 속에 있는 나의 부분들과 관계를 원만하게 할 수 없다면 삶이 팍팍해집니다. 반대로 드러난 나와 숨겨진 내가 잘 연결된다면 내 삶은 윤택해집니다.” p178.
결론은 내 안의 숨겨진 나와 드러난 나를 잘 연결하는 게 핵심입니다. 드러난 나를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숨겨진 나를 찾지 못하면 드러난 나도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내 안의 나를 찾기 위해서는 희뿌연 거울을 닦듯이 마음의 거울을 닦아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는 어려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도 있을 것입니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무의식을 대하는 다섯 가지 기본 치유법을 말합니다.
1. 나의 '현재 시간'은 몇 시인가요?
‘현대인은 분열되고 '현실감은 점점 상실되고 있다. 현재에 집중해서 마음의 주인이 되는 것을 '마음 챙김 mindfulness'이다. 마음에서 태어나 곧 사라져버리는 생각, 느낌, 이미지 그리고 몸의 감각에 시시각각 주의를 기울이는 행위다. 마음 흐름의 지배자가 되자는 시도이자 노력이다. 내 마음의 흐름을 옳다고 또는 그르다고 평가하지 말고, 그저 흘러가는 물처럼 살펴보고 경험하면 된다’고 말한다.
2. 자신의 언어로 말하기
자신과 대화를 해보십시오. 내 생각을 솔직하게 꺼내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의 검문소에서 검문할지 걱정하게 됩니다. 말을 솔직하게 하려면 마음속 감정에 솔직해야 합니다. 슬플 때는 슬프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에 대한 중립적 태도가 없으면 마음을 스스로 이해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깨닫게 됩니다. 고통을 치료하기는 자기의 위치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자신만의 목소리로 낼 수 있습니다.
3. 자신에게까지 거짓말하지 말자
‘진짜 나’를 찾아야 합니다. ‘가짜 나’는 허상입니다. ‘진짜 나’를 아는 사람은 남이 나를 싫어하거나 떠날지라도 나를 지키기 위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진짜 나‘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남이 원하는 것을 너무 의식하고 그것에 맞추려고 하면 '진짜 나'를 지킬 수 없습니다. 잘못하면 자아의 모습이 변해버립니다. 남이 나를 싫어하거나 떠날지라도 나를 지키기 위해 내 깊은 마음에서 울려 퍼지는 '진짜 나'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원하는 나‘로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사는 게 잘 사는 거라는 착각합니다. 어려서 부모에게 인정과 칭찬을 받지 못한 사람일수록 인정욕구에 민감합니다. 하지만 인정을 갈구할수록 ’진짜 나‘를 찾기 어렵습니다.
나의 소망, 욕구, 환상, 시기, 질투, 원망을 다른 이들이 알면 거북하기에 ’진짜 나‘를 숨깁니다.
“애매하게 느껴지는 불편이나 공허가 '진짜 나'로 나를 이끄는 단서입니다.”
“힘들더라도 '진짜 나'에 가까이 가면 모든 것이 다시 정리됩니다. 내 인생의 주인이 남이 아니고 내가 됩니다. '진짜 나'는 에너지 효율이 높습니다.”
4. 용서받으려고 애쓰지 마라
나쁜 부모 밑에서 자랐던 아이는 나쁜 부모를 탓하기보다 분노와 슬픔을 달랩니다. 나쁜 지도자 밑에서 희생하고 착취당하면서도 그를 떠나지 못합니다.
“설령 모든 것이 내 문제였다 하더라도 나부터 자신을 용서하고 자신을 새롭게 보아야 합니다. 내가 나를 격려해야 새로운 인생이 눈앞에 열립니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나를 보고 다른 사람의 용서를 구해서 내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삶이 답답해집니다. 내가 타인이 나를 격려해야만 움직일 수 있는 노예로 남아 있으면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은 '나'에게서 점점 멀어집니다.”
용서는 남에게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구하려는 자세를 가질 때, 무의식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습니다.
5. 꿈과 환상을 잘 이용하자
꿈을 가져야 합니다. 꿈은 현실을 견디는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정신분석은 꿈, 공상, 환상 모두를 존중합니다. 분석가는 분석을 받는 사람이 그것들에 말 걸기를 기다립니다. 때로는 적극적으로 물어봅니다. 그리고 듣고 알아내고 이해한 것을 분석 받는 사람에게 돌려주려고 노력합니다. 간혹 자신의 꿈을 곱씹어 보십시오.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것을 알아내거나 마음에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