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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Dec 08. 2016

소설,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인물읽기

인물 읽기의 비판적 읽기

첫째, 인물은 주로 공간적(수직적) 의미작용을 하는 ‘사물’의 하나라는 점에 주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건이 이 행동과 저 행동 사이의 인관관계를 따져보면 윤곽이 드러나는 데 비해, 인물은 작품 도처에 갖가지 형태로 흩어져 있는 성격소들로부터 특질을 읽어내고 종합해야 정체가 들어난다.

둘째, 인물의 형식적 국면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까닭이다. 허구세계를 만들어내는 소설에서 형식은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사건의 형식을 다루는 플롯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인물이 서술되는 형식 곧 인물형상화는, 용어로 굳어지지 않아서 뒤에 ‘방식’이라는 말을 덧붙여 써야 이해가 빠를 정도로 관심이 낮다. 209

셋째, 용어의 혼란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인물에 해당되는 영어 character는(등장)인물과 함께 ‘성격’으로 번역된다. 앞에서 언급한 characterization을 ‘인물형상화’라고도 하고 ‘성격(형상)화라고도 하는 것이 그 예이다. character란 단어가 인물, 성격 외에도 기질, 개성 특징 등의 뜻을 지니고 있기에 문맥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일 수 있고, 캐릭터 산업에서처럼 인물의 생김새까지 도달할 수 있다. 209

넷째, 흔히 성질 곧 심리적 기질이나 상태 위주로만 인물을 파악하여, 인물의 사회적 성격, 기능적 성격 등에 대한 이해의 폭을 좁힌 결과, 작품의 의미를 축소시킴은 몰론 인물을 단순화시킨 것이다. 210

다섯째, 인물을 지나치게 도덕이나 규범의 잣대로 판단하는 경향 탓이다. 인물을 너무 심리적 성격 위주로 보는 것도 문제지만, 사회적 성격 위주로 보는 것도 문제이다. (중략)

이렇게 볼 때 독자는 인물에게 간단히 도덕과 규범의 잣대를 들이대거나 그를 어떤 유형에 가두어버려서는 안 된다. 일상생활에서 타인에게 그러는 것이 폭력이듯이, 이는 인물에 대한 폭력이다. 212

《소설, 어떻게 읽을 것인가》 (최시헌, 문학과 지성사, 2012, 독서일 2016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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