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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May 26. 2024

등산하면서 옛날 생각

야간등반,  여름등반


 오늘 등산을 갔다. 서대문에 있는 안산이다. 야트막한 산이다. 무장애 등산로를 만들어 놓아서 편하게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등산하면서 젊었을 때 생각이 났다.

 20대에는 등산을 좋아했다. 나는 동대문구 신설동에 살았다. 집에서 가까운 곳, 북한산 백운대를 많이 다녔다. 당시에는 산에서 밥도 해 먹고 고기도 구워 먹던 시절이다(약 55년 전).

 등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두 개가 있다. 


 첫 번째는 혼자서 야간 등반을 했던 일이다. 매주 다녔던 산이라도 야간에 길을 가니 모르던 길인 것처럼 낯설었다. 당시에는 랜턴이라야 군용랜턴이 전부였다. 군용랜턴을 켜고 산을 오르는데 랜턴이 꺼졌다. 랜턴에 전구가 끊어졌다. 랜턴에 비상용 전구로 교환을 하고 올라갔다. 얼마쯤 갔을까? 랜턴에 불이 안 들어온다. 랜턴에 이상이 있나 보다. 어쩔 수 없다. 비상용 촛불을 켰다. 텐트를 치면 촛불을 켜려고 가지고 간 촛불이다. 촛불을 신문지로 말아서 앞을 비추었다. 하지만 시야 확보가 안 된다. 시야가 확보가 안 되니 긴장감이 올라온다. 체력이 떨어지고, 온몸은 기진맥진이다.

 텐트를 칠 힘도 없다. 땅바닥에 텐트를 깔고 한쪽을 덮고 잠을 잤을 자려고 하니 잠이 안 온다. 야생 짐승이나 뱀이 나올까? 겁이 났다. 텐트 주위에 담뱃가루를 뿌렸다. 막걸리를 한잔 먹고 나니 잠이 들었다가 새벽같이 깨서 등반했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는 혼자서 여름에 등반했던 일이다. 중복 날이었다. 도로에 나가면 길에서 수증기가 올라온다. 더운 날인데도 산엘 가고 싶었다. 배낭을 메고 산을 올랐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점심을 먹고 계곡엘 들어갔다. 물이 엄청 차갑다. 계곡에 몸을 담그고 나왔다. 더운 날 등산을 하니 얼마나 땀을 많이 흘렸는지 모른다. 버스를 타고 시내를 들어왔다.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니 아스팔트에서 뜨거운 수증기가 올라오는데 나는 더운 줄 모르겠다. 옛사람들이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하는 줄 알 것 같다.  24052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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