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여생
11.25.월. 노인의 건강
아내가 아침에 일어나 혈당을 체크한다. 아내는 건강에 관심이 많다. 얼마 전에는 혈액검사를 했다. 비타민제 등 영양제도 많이 복용한다.
오늘 아침에도 혈당을 제더니 공복혈당이 많이 나온다고 걱정을 한다. 나를 보더니 한 마디한다.
“당신도 혈당을 재볼레요?”
“아뇨, 난 재보지 않을래요.”
내 나이 80이다. 건강하게 사는 게 좋겠지만, 더 오래 산다고 좋을 게 뭐 있겠나 싶다. 우리 아버지는 60살도 안 되어서 돌아가셨다. 조금만 더 살면 아버지가 사셨던 나이보다 곱절이나 더 사는 셈이다. 금년에 대장암 분변검사를 하라고 나왔지만, 검사를 하지 않았다.
적당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103세의 김형석 교수는 건강하게 나이를 드셨다. 지금도 신문에 기고를 하고, 강연도 다니신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 가보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걸 참으면서 오래 살고 싶지는 않다. 나는 김형석 교수님같이 학문이 깊은 사람도 아니고, 사회에 큰 이바지한 일도 많지 않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일은 없겠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인생길에 큰 변화가 없이 사는 날까지 살다가 가고 싶다.
아내는 몸관리를 잘하니까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다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