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점과 다른 길
나는 예전에 비폭력대화(NVC)를 배운 경험이 있다. 그런데 최근 게슈탈트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비폭력대화와 게슈탈트 사이에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비폭력대화를 만든 마셜 로젠버그(Marshall Rosenberg)가 게슈탈트에서 어떤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물론 두 접근은 태생적 배경과 방법에서 차이가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두 접근은 “지금-여기”의 자각을 중요하게 여긴다. 게슈탈트 치료는 내담자가 현재 순간에서 어떤 감정과 신체 반응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도록 돕는다. 비폭력대화 또한 상대를 비난하거나 해석하는 대신, 지금 내가 무엇을 관찰했고 어떤 감정을 느끼며 어떤 욕구를 지니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을 강조한다. 즉, 두 접근 모두 현재의 경험을 바탕으로 관계와 자기 이해를 회복시키려 한다.
또한 두 접근은 ‘감정과 욕구의 정직한 표현을 중시한다. 게슈탈트에서는 억눌린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드러내야 치유가 가능하다고 본다. 비폭력대화도 “나는 ~때문에 화난다”와 같은 탓하기 언어 대신, “나는 ~해서 서운하다, 왜냐하면 내 욕구는 ~이기 때문이다”라는 방식으로 자기 감정과 욕구를 직접 말하는 언어를 제안한다. 이 점에서 게슈탈트의 ‘자각–표현’ 원리가 비폭력대화의 소통 방식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두 접근 모두 ‘관계 자체를 치유적 공간’으로 이해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게슈탈트 치료에서 상담자와 내담자는 “현존”하며 진짜로 만나는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비폭력대화 역시 상대방의 감정과 욕구를 공감적으로 듣고, 동시에 자신의 욕구를 존중 있게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관계가 회복된다고 본다.
하지만 차이점도 분명하다. 게슈탈트는 심리치료적 접근으로, 주로 상담 장면에서 개인의 통합과 치유를 다룬다. 반면 비폭력대화는 의사소통 모델로서, 가정·학교·조직·사회 갈등 해결까지 폭넓게 활용된다. 방법에서도 차이가 있다. 게슈탈트는 빈 의자 기법이나 꿈 작업 등 체험적이고 상징적인 기법을 사용하지만, 비폭력대화는 ‘관찰–감정–욕구–부탁’이라는 언어적 구조를 통해 소통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정리하면, 게슈탈트와 비폭력대화는 모두 자각과 감정 표현, 관계 회복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깊은 유사성을 지니고 있으며, 실제로 두 접근은 서로 보완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게슈탈트가 내면의 경험을 자각하고 통합하는 길을 열어준다면, 비폭력대화는 그 경험을 언어와 대화의 장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내가 두 접근을 접하면서 느낀 것은, 결국 둘 다 인간이 더 정직하게 자신과 타인과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