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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화(habituation)

픽션과 논픽션, 습관화가 이끄는 인간의 가능성

by 마음 자서전

심리학에서 말하는 습관화는 동일한 자극이 반복될 때 반응이 점차 약화하는 과정을 뜻한다. 이는 불필요한 자극을 걸러내고 중요한 자극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기초적인 학습 원리다. 하지만 단순한 ‘무뎌짐’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적응과 성장 과정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한다. 예전에 관람했던 영화 <굿 윌 헌팅>을 유튜브에서 다시 보았다.


영화 속 주인공 윌 헌팅은 MIT에서 청소부로 일하다가, 학생들도 풀지 못한 수학 문제를 몰래 풀면서 천재성이 드러난다. 그러나 학대와 상처로 인해 정서적으로 불안정했고, 폭력 사건으로 구치소에 가게 된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라메보 교수는 심리학자 숀 맥과이어에게 치료를 부탁한다. 처음 윌은 상담실에서 냉소와 방어로 일관했지만, 반복된 만남 속에서 상담 상황이 낯설지 않게 되면서 점차 마음을 열게 된다. 이는 불편한 자극이 반복 노출을 통해 점차 둔감해지는 습관화 과정을 잘 보여준다. “특히 숀 교수의 태도는 로저스의 인간중심 치료에서 강조하는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을 실천한 것이며, 나아가 인본주의적이고 실존적이다”(김창윤, 《성격과 삶》, 북캠퍼스, 2020). 그는 윌이 자신을 탐색하고 수용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영화와 같은 이야기가 한국에서도 있었다. 공근식 박사의 이야기다. 이는 허구가 아닌 논픽션이다. 그는 충북 영동에서 수박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다가, 우연히 접한 야학 전단지를 통해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학업 환경이 낯설고 두려웠지만, 야학 → 검정고시 → 야간대학 → 러시아 유학이라는 반복된 학습 경험 속에서 점차 적응했다. 결국 그는 러시아 모스크바 물리기술대학에서 우주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학문적 성취를 이루었다. 이는 실제 세계에서 습관화의 힘이 개인의 정체성 변화와 도약을 가능하게 한 사례다.


이처럼 <굿 윌 헌팅>은 픽션으로서 심리적 치유와 재능 발현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고, 공근식 박사는 논픽션으로서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반복적 경험과 적응을 통해 성장한 실재의 인물이다. 두 이야기는 모두 습관화가 인간의 심리적 안정과 잠재력 실현에 이바지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드러낸다.

결국 습관화는 단순히 자극에 무뎌지는 과정이 아니라,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삶을 변화시키는 심리학적 원리다. 영화와 현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어, 습관화는 인간의 치유와 성장을 이끄는 보편적 힘임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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