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갈수록 좋아지는 혼놀
2월 18일, 수요일
‘다시 나를 본다. 날것 그대로의 나를 본다.’
나는 일기장에 이 문장을 자주 적는다. 내 깊은 욕구와 소망을 발견하려면, 먼저 내가 누구인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무엇을 유난히 싫어하는가.
어떤 사람들이 내 곁에 머물러 있는가.
어떤 길을 지나 여기까지 왔는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또 어떻게 살고 싶지 않은가.
나는 나의 호불호를 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나를 알게 모르게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내 곁에는 나를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세상과 맞설 힘을 얻는다.
나는 내가 걸어온 시간들을 천천히 떠올려 보았다.
거쳐 온 회사와 일들, 졸업한 학교,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의 길까지.
그러다 문득 멈춰 선다.
나는 내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가.
오늘은 감사가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찾아왔다.
읽고 있던 책을 끝까지 완독한 일.
지하철 두 정거장을 걸어 만 보를 넘긴 일.
새로운 책의 첫 장을 펼친 일.
이 사소해 보이는 일들이 오늘의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거리를 걸으며 나는 자유를 느꼈다.
걸음이 쌓일수록 마음은 가벼워졌다.
근심은 뒤로 물러가고,
평안이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아침 세 시간의 독서.
작은 카페에서 두 시간 더 읽은 시간들.
영화 한 편을 통해 다른 삶을 들여다본 저녁.
나는 오늘도 혼자였지만,
결코, 외롭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누군가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좋았다.
함께 웃고, 함께 놀고, 함께 걷는 일이 기쁨이었다.
이제는 안다.
혼자 노는 기술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혼술도, 혼밥도 있지만
나에겐 ‘혼놀’이 있다.
독서로 노는 삶.
글쓰기로 노는 시간.
영화로 사유하고,
영상으로 시간을 남기는 사람.
오늘의 나에게 말해준다.
잘하고 있다고.
충분히 흡족하다고.
이렇게 살아도 좋다고.
그리고 다시 묻는다.
나는, 오늘의 삶에
어떤 의미를 붙여 주었는가.
《저무는 바다는 머리맡에 걸어두고》 / 이외수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릿하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 감싸 안으며
나지막이 그대 이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