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에서 길어 올린
찬란한 화음

영화 <코러스>에 나타난 열등감 극복과 치유의 교육심리학적 의미

by 마음 자서전

영화 <코러스 Les Choristes>의 배경인 ‘연못 바닥(Fond de l’Étang)’은 단순한 보육학교가 아니라, 실패 경험과 정서적 방임이 축적된 심리적 공간이다. 이곳의 아이들은 반복되는 체벌, 낙인, 통제 속에서 자기 존재를 긍정적으로 경험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이러한 환경은 에릭슨(Erik Erikson)의 심리사회적 발달이론에서 말하는 근면성 대 열등감(industry vs. inferiority) 단계의 실패를 잘 보여준다.


에릭슨에 따르면 아동기 후기(대략 7~13세)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기술을 익히고, 이를 통해 유능감과 자기효능감을 형성하는 결정적 시기다. 그러나 영화 속 아이들은 배움과 성취 대신 실패와 처벌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스스로를 ‘문제아’ 혹은 ‘쓸모없는 존재’로 인식한다. 이는 김현희 외(2010)가 《독서치료》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성공적인 학습 경험의 부재가 부정적 자아개념과 행동 위축을 초래하는 전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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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열등감의 집단적 표출이 가장 비극적으로 드러나는 인물이 몽당이다. 그는 거칠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소속에 대한 갈망이 자리한다. 그러나 교장의 돈이 사라졌을 때 충분한 사실 확인 없이 몽당에게 누명이 씌워지고, 그는 소년원으로 보내진다. 이 장면은 교육 현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낙인 효과(labeling effect)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미 ‘문제행동을 할 아이’로 분류된 순간, 객관적 진실보다 선입견이 우선하며, 이는 아이의 자기개념을 더욱 왜곡시킨다.


아들러(Alfred Adler)의 개인심리학은 이러한 몽당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아들러는 인간의 열등감이 병리적 문제가 아니라 성장의 출발점이며, 그것을 어떻게 보상하고 사회적 유용성으로 전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영화 속 교사인 마티유는 바로 이 지점을 교육적으로 실천하는 인물이다. 그는 아이들의 공격성과 반항을 단순한 비행으로 해석하지 않고, 좌절된 소속 욕구와 인정 욕구의 표현으로 읽어낸다. 그리고 이를 음악이라는 집단적 활동으로 승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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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은 여기서 단순한 예술교육을 넘어선다. 노래를 잘하는 아이만이 아니라, 소외된 아이에게 악보를 넘기게 하고, 리듬을 맞추게 하며, 합창의 질서를 함께 만들어 가게 한다. 이는 아들러가 강조한 공동체 감각(social interest)의 회복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음악 속에서 “나도 이 집단에 필요한 존재”라는 경험을 처음으로 하게 되며, 이를 통해 열등감은 파괴적 행동이 아닌 성장의 동력으로 재구성된다.


특히 모랑주의 솔로 장면은 에릭슨 이론에서 말하는 근면성의 성공적 경험을 상징한다. 이전까지 닫혀 있던 아이가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타인의 인정을 받고, 공동체 안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순간 그는 유능감과 자기 가치감을 획득한다. 이는 단순한 음악적 재능의 발현이 아니라, 심리사회적 발달의 정상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이 영화는 독서치료 혹은 이야기치료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독서치료는 이야기, 상징, 예술적 표현을 통해 개인이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하고 재구성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코러스>에서 음악은 곧 이야기의 매개다. 아이들은 노래를 통해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분노, 상실감, 외로움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즉 합창은 억압된 감정의 안전한 외현화이자, 자기 서사를 새롭게 구성하는 치료적 장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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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창밖으로 날아오르는 종이비행기는 이러한 치유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것은 단순한 작별 인사가 아니라, 열등감에 갇혀 있던 아이들이 이제 자기 목소리와 자기 이야기를 바깥 세계로 날려 보내는 심리적 독립의 표지다. 특히 몽당의 비극적 사건과 대비될 때, 이 장면은 교육적 개입이 한 인간의 발달 경로를 얼마나 다르게 만들 수 있는지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결론적으로 영화 <코러스>는 음악 교육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그 본질은 열등감으로 침잠한 아동의 자기개념 회복과 공동체 감각 형성의 과정에 있다. 에릭슨의 근면성 발달, 아들러의 열등감 극복과 공동체 감각, 그리고 독서치료의 상징적 감정 외현화가 이 영화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결국 마티유가 아이들에게 남긴 것은 노래가 아니라, “너는 문제아가 아니라 아직 불리지 않은 목소리”라는 존재의 승인이었다.

이 점에서 <코러스>는 교육심리학적으로도 매우 가치 있는 성장 서사이자 치유의 영화라 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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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