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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Mar 15. 2017

치매 어머니모시기

《똥꽃》

미래에 누군가에게 닥치게 될지도 모르는 병이 치매다.  치매걸린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지 않고 시골에 집을 고쳐서 모시며 살았다.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생업을 포기하고 어머니와 동고동락을 하고, 살았던 기록이다. 《똥꽃》이란 제목도 저자가 어머니를 모시면서 똥을 더럽게 보지 않고 꽃을 보듯이 대하였다는 의미가 숨어있다. 


‘나는 훨씬 절박한 처지에서 뒷간이 소중했다.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짓는 집의 모든 구조와 형태를 어머니 몸 상태에 맞춰야 했다. 움직임이 불편한 어머니가 똥오줌을 잘 눌 수 있게 하는 것이 집짓는 방식에서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27쪽)


치매환자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면 화장실이 환자에 맞춰서 만들어야 한다. 그게 제일 필요하다. 시골집에서 화장실을 어머니의 몸상태에 맞도록 하는 공사는 쉽지 않은 일이다.

어머니의 행동을 고치려고 하면 안된다. 일단 동의를 해주면서 존재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인은 잃어버린 존재성에 대한 욕구일 경우가 많다.

‘어머니의 마음을 돌리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함께 살면서 책으로 공부하고 전문가와 상담하면서 내 나름대로 익힌 방법이다. 그 방법을 쓰자 결국 어머니는 나랑 절에 가기로 했다.

 그 방법이란 별 게 아니다. 어머니의 생각이나 주장을 즉석에서 고치려고 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어떤 경우에도 “그거 아니다”라고 하면 안 된다. 나는 “좀 가만히 있으라”든가 “이제 그만해요”등의 말을 어머니께 하지 않는다.

 자기 존재성에 대해 자신감을 잃어버린 노인한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똥 누는 사람 주저앉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그럼요! 그렇지요!”라고 일단 동의 해 준다. 동의해 줄 수 없는 경우에는 어머니 말씀을 그대로 반복해 준다.‘ (79쪽)


치매 노인들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환자의 상태는 악화되기도 하고 호전되기도 한다. 저자는 치매관련 책을 많이 읽고 어머니의 특성에 맞는 케어를 하려고 노력했다.

 

‘같은 시기에 읽은 현대인의 정신질환을 다른 책

<희망의 처방전 정신의학>(전나무숲, 고시노 요시후미 지음, 황소연 옮김)은


“노인들의 치매가 병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현대를 사는 모든 인간들은 다 병자”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다. 치매마저도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바꾸면 병이 아닐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 (102-3/쪽)

치매노인들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아주려고 하기보다는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여야 한다. 살아오면서 억눌렸던 억압이 어떤 형태로든 분출되는 과정이라고 심리학에서는 말한다.


‘치매에 걸린 사람에게 인식의 오류를 바로 잡아 주려는 시도를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생산성이 있으면서도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는 지적도 평소 내 생각과 같았다. 치매 노인이 공격성을 드러내는 이유는 삶의 한 대목에서 겪은 좌절감 때문이라는 설명은 현대 심리학에서 평범한 현대인을 진단하는 것과 꼭 같았다.

예기치 못하는 순간에 스스로 쓸모없는 존재라는 느낌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보살피는 것이 치매 노인의 품위와 존엄을 위해 필요한 사항이다.‘ (103쪽)



노인을 돌보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틈틈이 책을 보며 자신의 꿈을 키워간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꿈을 꾸는 사람은 언젠가 기회를 만난다.’ (118쪽)




《똥꽃》(전희식•김정임 지음, 그물코, 2008, 독서일 20160922)


1958년 경남 함양의 황석산 아래 동네에서 출생, 1994년 전북 완주로 귀농했다. 농사를 생활의 중심에 두고 자연 속에서 만물과 소통하는 삶을 추구하며 산다.

대안교육과 대체의학, 민간신앙과 상고사상, 뇌과학과 양자물리학, 몸살림과 마음살림, 생태학과 자연농법 등 존재의 ‘총체생명주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전국귀농운동본부 이사로 일하면서 보따리학교와 스스로 세상학교일에 열성이다. 저서로 <아궁에 불에 감자를 구워먹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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