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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Jan 04. 2018

자서전의 기능

《고령사회에서 자서전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

자서전의 기능

노인들은 자서전을 쓰면서 자기를 발견하게 된다. 그동안 잊고 있던 자기의 발견이다. 지금보다 건강한 나, 최선을 다해 살았던 나, 가족을 책임졌던 나, 사회적 역할을 다했던 나의 발견이다. 지금의 자기와는 비교할 수 없이 긍정적인 모습의 나이다. 37

1) 자서전은 노인들에게 회상을 돕는 방법 중 하나이다. 노년기에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정리하고자 하는 욕구를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가 자서전 쓰기다. 노인들은 기억을 통해 과거를 불러온다. 그렇게 불러온 기억은 온전히 추억이 된다. 아울러 그 기억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작업을 한다. 

자서전은 노년의 현실을 탈각하는 방법이며, 자기에 대한 글쓰기는 자기를 해방시키는 작업이다. 불안정하고 미래 없는 현실이라는 공간에 과거의 추억을 채워 넣음으로써 자기의 존재감과 삶의 의미를 향상시킬 수 있다. 아무것도 아닌,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노인, 기대할 것 없는 노인이라는 자책에서 벗어나 자기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태도를 갖는다. 


2) 타인과 이야기하기

목적이 없다면 말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무엇인가를 목적으로 누군가와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은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 말과 글에는 그 사람의 정체성이 들어 있다. 43

한 사람에 대한 이해는 다른 사람에 대해 이미 일어난 이해와 앞으로도 항상 새로이 일어날 이해와 관련을 맺고 있으며 사회는 끊임없이 관계에 의해 지속된다. 이 관계를 잇기 위하여 노인들에게 자기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노인들은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서 타인에게, 세상에 말을 걸고 있다. 46

3) 과거 추억의 행복

회상reminiscence은 지나간 자기 삶을 바라보는 정신적 행위의 하나로 이야기나 글을 통해 외부로 노출된다. 외부로의 노출은 언어를 통한 사회와의 상호작용이기도 하다. 47

노년에 돌아보는 과거는 대체로 행복한 이야기가 많다. ‘가난했어도, 고생하고 살았어도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도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말한다. 지긋지긋하여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그때가 행복했다고 말하는 노인이 훨씬 많다. 47

노인이 되면 말이 많아진다고 하지만 그들은 말할 수 없을까봐 말을 끝도 없이 이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49 

노인들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할 때는 얼굴에 화색이 돈다. 아이들처럼 신나는 표정으로 무용담을 털어놓기도 한다. 그러다 고생했던 이야기, 부모님이야기, 자녀이야기 등을 하면서 눈물을 훔치며 울기도 한다. 이때 노인의 울음은 슬픈 이유라기보다는 자기치유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울고 하는 것이 이들 노인들에게는 즐거움이고 행복이기 때문이다. 50


4) 자기치유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자지를 털어놓을수록 마음이 가벼워지고 있음을 주변에 있는 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자기를 털어놓는 행위들이 노인들의 삶의 질은 물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52

과거를 글로 고백하는 행위는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내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자기를 만들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53

5) 인정받는 삶

철학자 헤겔은 인간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으며, 인정 욕구가 권리, 존엄성, 자유와 평등 주체성의 실현을 위한 근원적 동기로 작동하면서 공동체를 형성한다고 보았다. 

미래보다는 과거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태에 놓여있는 노인의 경우는 그 인정욕구가 더욱 간절하다. 지금의 나보다는 과거의 나를 인정받음으로써 지금의 나가지 인정받고자 하는 태도가 나타나는 것도 그 간절함에서 비롯된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동일시하며 그 경험들을 의미화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55


6) 행복한 노년에 대한 기대

자서전을 낸 노인들은 자존감, 인정받은 것에 대한 환희, 타인과의 소통,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에 대한 기쁨, 희망, 존재감, 만족감 등 노인이 되어 가져보지 못한 감정들이 모두 들어 있는 것이다. 60



《고령사회에서 자서전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 (임순철, 한국기록연구소, 2017, 17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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