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은 햇살과 같다>
공장을 차렸다. 요양원에서 공장이라고 말하는 건 할아버지들 고추주머니를 만들 때 그렇게 말한다. 비닐주머니에 속기저귀 패드를 2번 접어서 비닐에 넣는다. 속기저귀만 채울 때보다 기저귀 소모가 적게 든다. 작업성도 좋다. 고추주머니를 하면 겉 기저귀까지 교환하는 확률도 낮아진다. 속 기저귀만 교환하고 끝나게 된다. 고추주머니에 오줌을 받아서 쓰레기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어르신 위생에도 좋다. 속기저귀가 다 젖는 것 보다 욕창 등 위생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그저께 70개를 만들었는데 오늘 50개를 만들었다. 하루에 2~30개는 사용한다.
요양보호사들과 작업능력이 되는 김경진, 정안목, 유용제어르신이 작업을 거든다.
사람들이 많으니 오병규 어르신이 무슨 일인가하고 와서 구경을 한다. 어르신에게 말을 건넸다.
“어르신! 어디에서 오셨어요?”
“충북.”
어르신은 평소에 말을 안 하신다.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복도를 배회한다. 창가에 가서 밖을 구경하기도 한다. 다른 어르신과도 말을 나누지 않는다. 식사시간에 밥 먹는 것과 배회하는 게 전부다. 티비 시청도 별로 안하신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이 있을 때는 버럭 소리를 지른다.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충북 어디에요?”
“단양.”
“단양팔경 있는 데죠.”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거기서 물고기도 잡아서 놀고 했죠?“
대답을 하지 않지만 그의 눈을 보니 옛 추억을 생각하는 듯 했다. 규격화된 요양원에서 생각으로라도 자신이 놀 던 곳을 그려본다는 게 얼마만일까? 사람은 좋은 추억을 많이 할수록 긍정적이 된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상상여행’을 하는 것이다. 잠이 안 올 때 자연의 소리나 풍경을 상상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잠을 청할 수 있다. 괴로울 대도 즐거웠던 때를 상상하면 괴로움이 줄어든다.
“친구들이랑 물고기 잡아서 놀면서 즐거웠겠어요?”
어르신의 눈동자에는 옛 친구들과 놀던 모습을 그리는 것 같다. 평화로운 어린아이의 눈망울처럼 느껴졌다. 평안한 모습의 어르신은 단양에서 놀던 때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듯 했다.
“소백산도 가보셨어요?.”
말 없이 고개로 아래위로 움직여서 대답을 한다.
“소백산 좋죠?”
소백산은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시에 걸쳐서 있다. 겨울이면 산머리에 하얀눈이 쌓여 오랫동안 녹지 않고 있다. 그래서 소백산(小白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죽계구곡(竹溪九谷)과 연화봉(蓮花峰)으로 흐르는 희방계곡은 단양팔경에서 아름다운 경관이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물고기 천렵을 많이 했었다. 어르신이 젊었을 때는 천렵이 일반적인 놀이문화였다. 솥단지를 걸어서 놓고 즉석에서 요리하고 놀았다.
“친구들이랑 물고기를 잡아서 놀았겠어요.”
고개를 끄덕인다.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여 오늘밤에 좋은 꿈을 꾸었으면 한다.
아이가 몇 있느냐고 물으니 아들 2에 딸이 셋이라고 한다. 단양에서 농사를 지으셨단다.
오병규 어르신과 이야기를 하니 옆에서 듣고 있던 요양사들이 오병규어르신의 이런 내용은 처음으로 알았다고 말한다. 그동안 말없이 배회를 하고 있었던 어르신에게 새로운 존재로서 나도 말을 하고 싶다는 욕구를 풀어준 것 같다. 누구나 누구에게나 말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관심을 받고 싶은 욕구도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가 된 책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에서 ‘인간에게 관심은 햇살과도 같습니다.‘고 했다. 어르신들에게 조금만 관심을 기우리면 대화가 가능해지고 어르신들은 햇살을 받아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어르신을 알고 어르신을 대하니 애정이 더 깊어진다.
180303 (이름은 모두 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