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탐구의 주요개념과 용어
《쉽게 풀어쓴 철학적 탐구》
《쉽게 풀어쓴 철학적 탐구》 (양은석, 2006, 20180509)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크게 전기와 후기로 구분되는데 《논리철학 논고》는 전기 철학을 대표하는 책이고, 《철학적 탐구》는 후기 철학을 대표하는 책이다.
비트겐슈타인은 20세기 분석철학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며, 현대 철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5
철학적 탐구는 어떤 책인가
일반적으로 비트겐슈타인의 전기 언어철학을 ‘그림이론picture theory’이라고 부르고, 후기 언어철학을 ‘쓰임 이론use theory’이라고 부른다. 전자는 사진이나 그림처럼 언어가 세계를 기술하거나 묘사하는 측면을 언어의 의미로 간주한 이론이고, 후자는 언어의 실생활에서 구체적으로 활용되는 측면을 그 의미로 간주한 이론이다. 두 이론은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볼 만한 차이점이 많고 그러한 점이 그동안 많이 강조되었다.
주요 용어와 개념
1) 가족적 유사성family resemblance
‘본질’개념을 대치하는 비트겐슈타인의 용어다. 전통적 언어관에 따르면 개념으로 불리는 일반명사 가령 ‘돼지’는 특정한 개체들의 공통적인 성질을 나타낸다. 그러한 공통성질을 본질이라고 불렀는데, 비트겐슈타인은 그러한 용어 사용이 본질이 아닌 유사성에 기인한다고 본다. 가령 장기놀이, 공놀이 등 다양한 형태의 놀이를 ‘놀이’라고 부르는 것은 가족 구성원처럼 그것들 간에 서로 유사성이 있기 때문일 뿐 그것들 모두를 아우르는 공통성질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각 놀이들이 서로 중첩되는 유사관계를 갖고, 그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을 놀이라고 부르게 된다는 것이다. 23
2) 논리 실증주의 logical positivism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적 원자론 혹은 그림 이론은 1920년대 비엔나를 중심으로 시작된 실증주의 운동에 영향을 미쳤다. 비엔나 학단을 중심으로 일어난 논리 실증주의는 과학적 지식과 함께 논리학과 수학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참, 거짓의 판단을 의미 기준으로 보고, 논리와 경험에 의해 획득되는 지식만이 참된 지식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참, 거짓을 판단할 수 없는 형이상학, 미학 등을 인식적으로 무의미한 것으로 보고 지식의 영역에서 제거하려고 했다. 실증주의 입장에서 과학의 명제들에 명확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의미 기준을 제시하는 데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어 1930년대 이후 그 방향이 수정, 변경되었다.
3) 논리적 원자론 logical atomism
러셀과 비트겐슈타인은 이상언어를 통해 세계를 올바로 기술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들이 생각한 이상언어는 실제의 구조가 그러한 언어의 논리적 구조에 대응한다고 보았다. 특히 이상언어를 구성하는 명제들은 가장 단순한 원자명제로 환원될 수 있다고 즉 가장 단순한 명제들로부터 더 복잡한 명제들이 구성된다고 보았는데 이를 보통 논리적 원자론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원자명제에 대응하는 사실을 원자사실이라고 보았고, 그러한 사실들의 결합에 의해 복합적인 사실이 성립한다고 보았다. 베트켄슈타인을 진리함수론을 바탕으로 《논고》에서 이러한 생각을 밝혔으나 진리함수론이 적용되지 않는 사실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후 이러한 입장을 스스로 비판한다.
4) 분석철학 analytic philosophy
20세기 초 독일의 프레게가 시작한 그리고 영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철학 사조이다. 현대 영미 철학의 주류를 이루는 이 철학은 철학의 문제를 언어 분석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으며, 이에 동조하는 많은 철학자가 흄에 기원을 둔 경험주의 철학을 계승하고 있다. 프레게의 철학에 대한 언어적 전회(轉回)이후, 러셀, 전기 비트겐슈타인은 기호 논리학의 언어가 대표하는 이상언어의 분석을 철학적 과제로 삼았다. 25
5) 비엔나 학단 Vienna circle
비엔나 대학교 철학 교수 슐릭을 중심으로 구성된 1920년~1930년대에 활동한 논리 실증주의 경향의 철학자, 과학자 모임을 나타낸다. 1920년 8월 공식적인 비엔나 학단의 결성이 선언되었는데 슐릭, 카르납 등이 이 학단의 주요 구성원이다. 이 학단은 러셀, 전기 비트겐슈타인 등의 철학에 영향을 받아 구성되었으며, 지금까지의 사변적인 철학을 반대하고 철학을 과학과 같은 객관적인 학문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이들은 인식적으로 유의미한 진술을 경험가 유의미성의 기준에 해당하는 검중이론을 정확히 제시하지 못한 이론적 문제와 1936년 슐릭이 암살당하고 오스트리아가 나치 독일에 병합되면서 독일의 탄압에 의해 학단 구성원들이 각자 외국으로 망명하는 사회적 문제 때문에 이 학단은 붕괴되었다.
6 유아론(唯我論) solipsim
라틴어의 solus(오직)와 ipse(자아)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로 나의 의식만이 가장 확실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칸트의 경우 자아 밖의 사물이나 대상의 실재를 확실히 인식할 수 없다고 보았다. 데카르트를 중심으로 한 대륙 관념론과 로크 이후의 영국 경험론 모두에서 이와 유사한 견해를 볼 수 있다. 《논고》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를 통한 유아론적 태도를 견재했다. 즉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이며, 나와 세계는 선험적 주체 안에서 하나라고 하는 유아론적 태도를 보였다. 《탐구》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사적 언어 논변을 통해 이러한 유아론적 언어관을 비판한다. 26
7. 이상언어ideal language
애매, 모호함 없이 의미를 정확하고 완벽하게 전달할 수 있는 언어를 말한다. 우리의 일상 언어는 다의성과 애매성 그리고 의미 범위를 정확히 획정하기 어려운 모호성을 지닌다. 프레게는 이러한 언어를 대신할 즉 어떤 애매, 모호함이 없이 규정된 의미를 정확히 전달할 인공적인 언어(기호 언어)를 구성했다. 프레게, 러셀, 전기 비트겐슈타인을 포함한 많은 철학자들은 기호 논리학에서 사용되는 인공적인 언어가 언어와 세계의 본질적 구조를 드러낼 수 있다고 보았다. 가령 전기 비트겐슈타인은 진리함수적 논리가 언어의 본질적 구조를 보여줄 수 있으며, 그것이 세계의 구조에 논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상언어를 통해 이러한 논리적 구주를 밝히는 것을 철학의 과제로 삼았다.
8. 일상언어분석 ordinary language analysis
언어 표현이 일상언어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탐구하는 철학의 방법을 나타낸다. 후기 비트겐슈타인과 그의 언어 철학에 영향을 받은 오스틴, 라일 등의 영국 철학자들이 이 방법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적 문제가 일상언어의 잘못된 사용에서 빚어지고, 그 잘못은 일상언어의 사용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을 바탕으로 한 언어 사용의 올바른 기술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특히 일상언어의 쓰임에 대한 올바른 관찰과 서술이 철학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보았다.
9. 일상언어 대화 school of ordinary language philosophy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을 중심으로 1940년대 후반에 일어난 학파로 라일과 오스틴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일상언어의 실제 사용을 주의 깊게 관찰해 기술하는 분석방법에 관심을 기울였는데,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일상언어에 대한 관심이 이러한 운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철학자로 라일, 오스틴, 스트로슨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이상언어의 체계 구축에 반대해, 일상언어의 다양한 표현과 표현의 올바른 의미를 언어 사용의 분석을 통해 분명히 하는 것을 철학적 목표로 삼았다. 논리 실증주의 언어분석방법은 1950년대 이들에 의해 일상언어의 분석으로 대치되었다.
그림에서 쓰임으로
이러저러한 쓰임의 기능을 갖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할 때, 그 진술이 어떤 역할을 한다고 하기 위해서는 역할을 부여하는 혹은 역할을 지배하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가령 이승엽이 4번 타자이자 1루수 역할을 한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야구’라는 게임이 있어야 한다. 야구라는 놀이에서 특정한 역할을 나타내고, 그 역할로 비로소 의미 있게 된다. 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