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의 백바지, 백구두

<요양원 이야기2>

by 마음 자서전

요양원 이야기 2

이장님의 백바지, 백구두

그는 젊은 시절, 동네 이장을 5년 동안 했다. 그냥 이장이 아니었다. 00면사무소 이장대표이기도 했다. 농사를 짓다가 마을에서 이장으로 뽑힌 것이었다. 이장으로 뽑히고 나니 큰 벼슬을 한 것 같았다.

주민들이 “이장님!”, “이00 이장님!”하고 불러주니 더욱 우쭐했다. 그는 키도 크고 인물이 좋아서 평소에도 인기가 많았다. 게다가 마음씨도 좋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어떤 이가 그에게

“이장님으로 뽑혔으니 가만 있으면 안 되지?”

했다. 그에게 한 턱 내라는 것이었다. 작은 마을에선 돈보다 정이었다. 인심을 잃으면 이장도 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기왕旣往에 한턱 낼 거라면 읍내로 가자고 했다. 그런데 누군가 옆에서

“기왕에 살 거면 ‘관’으로 가야지”

했다. ‘관’은 요즘의 고급음식점이었다. 택시를 타고 30분을 가면 도시가 있었다. 거기에 ‘00관’이 있었다. 아니, 도시에는 불야성을 이루는 술집이 허다했다.


당시, 시골에는 승용차를 가진 사람이 없었다. 이동을 하려면 택시를 불러야 했다. 이른바 ‘콜택시’였다. 일행은 택시를 타고 거창하게 ‘관’에 도착하여 각종 요리가 가득 차려진 한 상을 받았다.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거나한 술판이었다. 모두가 잘 마시고 잘 먹고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누군가 기왕의 일, 2차를 가자고 이장을 충동였다. 2차는 카바레라나┅. 이장은 그 때까지도 카바레가 뭘 하는 곳인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사람아, 카바레도 몰라서 어떻게 이장을 해. 춤추는 곳도 몰라?”

그렇게 유혹했다. 그들은 카바레는 갔지만 춤을 출줄 모른다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잠시 뒤 여자가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이장의 손을 붙잡고 춤을 추자고 했다. 그러구러 그는 난생 처음 그렇게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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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배운 춤바람에 그만 이장은 폭 빠져버렸다. 끝내 농사지어 저축한 돈마저 몽땅 카바레에 갖다 바치다시피 했다. 당시 아내는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여 돈을 잘 벌었다. 그 돈도 호주머니로 들어가기 무섭게 춤추는 곳으로 향했다. 춤을 추게 되면 자연스럽게 여자를 알게 되고, 김마담, 이마담 등과도 어울렸다. 그녀들에게서 춤을 잘 춘다는 칭찬까지 받으니 더욱 호기 있었다.

더 춤을 잘 추고 싶고, 옷도 멋 있게 차려 입고 싶었다. 백바지에 백구두를 맞췄다. 그런데 아뿔싸. 젊어서 그렇게 놀아 선가. 어느 날엔가는 기억력이 점점 떨어져갔다. 그래도 술을 먹고 친구들과 어울렸다.

농사는 건들건들 지었지만 그만 그 농사일마저 점점 하기가 힘들었다. 농기구를 자주 잃어버리고, 농약을 치는 시기, 수확하는 시기를 놓쳤다. 급기야 농사를 접어야 했다.

가족들과 이야기 중에 아들의 나이가 마흔이 넘었는데, 23살이라고 했다. 결혼하여 직장에 다니는 데도 대학교에 다닌다고 거짓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자신의 나이조차도 35살이라고 했다. 그런데 차츰 몸에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뒤늦게 병원을 찾았더니 알츠하이머라는 병이라는 진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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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는 지금 요양원에 있다. 가끔씩 옛일을 회상하듯, 다른 환자들에게 백바지와 백구두 이야기를 야기하곤 한다.

“그때가 좋았는데┅.”

이렇게 그가 말할 때는 옛 생각을 떠올리는 듯하다.

180830 180905. 18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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