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헤르만 헤세, 안인희 옮김, 김영사, 2015, 180822)
헤세의 독서력은 대단하다. 다양한 유형의 책을 읽은 게 놀랍다. 당시 독일에 번역되어 당시의 지식층들에게 읽혀졌다. 헤세는 고전을 많이 읽었다. 고전을 읽을 때는, 작가에 대해 알려고 했다. 이 책에서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작가에 대해서도 많은 지면을 사용하고 있다. 당시에는 귀한 동양의 책들이 번역되어 지식층에게 읽혀졌다. 인도, 중국, 일본, 남아프리카 등의 책도 읽었다.
다만 우리나라의 책이 없다. 성리학의 퇴계의 《주자서절요(朱子書節要)》 《자성록(自省錄)》이 있고, 주자학의 율곡의 동호문답(東湖問答)이 있다. 퇴계와 율곡의 책들은 독일어로 번역되지 못했다. 당시에 우리나라 책이 독일어로 번역되는 통로가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유럽에 우리의 책들을 알릴 수 있었다면, 외국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였다면,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지도 않았겠다는 생각이다. 선진국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독서이다. 독서가 나라를 발전시킨다. 우리나라 문학도 우수하다. 좋은 번역을 거치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
세계적 문호의 서평집에 서평을 쓴다는 건 서평 ‘초짜로 부담스럽다. 인터넷이나 신문서평을 읽어봐도 책을 소개하는 정도의 글이 많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떠오른 생각을 적어본다.
이 책을 읽고 떠오른 낱말은‘독서‘이다. 헤세는 폭넓은 독서, 위에서 말한 다양한 외국 서적을 읽었다는 게 경이롭다. 지금과 달리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18세기에 이렇게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재력(財力)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조선의 양반들은 책을 빌리면 밤새 필사를 하였다고 했다. 아니면 밤새도록 두 번 세 번을 읽었다. 그만큼 당시에 책은 비싸고 귀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덕분에 책이 대중화의 길로 나가기 시작했지만, 책값이 너무 비싸서 종교지도자, 부유층, 귀족들만이 책을 가질 수 있었다.
국가는 영토뿐만 아니라 민족 고유의 문화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서 계승하고 발전할 고유문화는 무엇인가? 문화는 정신문화, 유형문화, 생활문화로 나눈다. 이중에서 궁궐 등의 유형문화는 나름 보존되고 있다. 먹거리와 같은 생활문화도 보존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정신문화가 계승되지 못하고 있다. 정신은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예부터 가화만사성 (家和萬事成)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가정이 화목해야 되기 때문에 하지 못했다. 공동체 문화에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다. 때문에 독창적인 개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혼자서도 잘 놀 수 있어야 하고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아야 한다. 혼자 놀기에 가장 좋은 게 독서가 아닐까? 월평균 독서량을 보면 미국 6.6권, 일본 6.1권, 중국2.6권이고 한국은 0.8권이다. 앞으로는 창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알파고, 로봇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 암기교육이 아닌 독서교육이 창조적인 사람을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 영어마을이 있다면, 일본은 독서마을이 있다. 일본은 책을 많이 읽는 반면, 우리는 독서율이 떨어진다. 독서는 몇 백 년 전, 또는 천 년 전의 사람과도 소통할 수 있고, 지구건너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독서를 통해 그들과 소통을 하면,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 《천재들의 창조적 습관》에서 창조적 습관에서 필요한 것으로‘고독에 대한 내성을 키우라.’고 말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첫째로 독서를 꼽는다.
우리나라의 지도자들도 창의력 있는 사람을 키울 수 있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 교과에 독서지도가 필요하다. 지도자는 멀리 보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핵심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라이벌이자 숙적인 일본과 축구, 야구 등 운동 경기를 할 때면 온 국민이 응원한다. 한일전이 있는 날은 TV앞에 앉아있다. 독재정권이 만들어낸 3S(sports, screen, sex)정책이다. 스포츠도 좋지만, 독서, 학술 등으로 경쟁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독서량는 한 달 1.3권, 일본은 6.1권이다. 일본은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만 23명이다.
일본과 책을 놓고 토론하고 노벨상을 놓고 일본과 경쟁한다면 문화도, 경제도 발전할 것 같다. 양국 간의 정치적 갈등도 줄어들 여지가 있다.
책을 읽고 한 편의 글을 쓰면 독서 실력이 향상된다. 독서가 생식이라면 독서를 글로 남기는 것은 맛있는 요리를 하는 것이다. ❰다산선생지식경영법❱에는 끊임없이 메모하고 기록하는 것을 수사차록법(隨思箚錄法)이라고 했다. 이런 독서 기록이 모이고 모여서 요리의 재료가 되는 것이다.
헤세에게 독서는 삶이었다. 사람에게 밥을 먹으라고 말하지 않아도 밥은 먹는다. 헤세에게 독서는 밥과 같다. 독서가 생활이 되어야 한다.‘생활이 독서이고 독서가 생활’이 되면 좋겠다. 이를 위해, 독후감이나 서평을 쓴다면 이 책이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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