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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Mar 11. 2019

거꾸로 본 세상

월요수필

  

  나이가 드니 여기저기 아픈 것이 많다. 질병에도 통증이 없는 병과 통증이 있는 병이 있다. 통증이 있는 질병은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어떤 사람은 ‘고통 없이 삶을 마감하는 게 소원이다.’라고 말한다. 


  허리통증이 있었다. 2014년이었던가. 당시 나는 시간만 있으면 도서관에 앉아 책을 읽었다. 그날은 책읽기를 마치고 일어나 집으로 오려고 하는 데 도무지 걸을 수가 없었다. 밤늦은 때였다. 진료시간이 끝나 병원은 문을 닫은 시각이었다. 그렇다고 응급실로 갈 일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밤새도록 고통을 견뎌야 했다. 

  다음날 아침, 척추전문 병원엘 찾아갔다. 의사는 MRI를 찍은 사진을 보더니 “척추수술을 하셔야 합니다.”고 했다. 떠오르는 병원이 없었다. 강남에 사는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병원에서 척추 수술을 하라고 하는데, 잘 아는 병원이 있느냐?”고 물었다. 동생은 강남에 있는 병원을 알려주었다. 

  MRI사진과 의사소견서를 갖고, 동생이 소개한 강남의 모 병원을 찾아갔다. 의사는 진찰을 하더니 수술하지 않고, 시술을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시술을 받은 후 걸을 수는 있었지만, 가벼운 통증은 완화되지 않았다. 의사의 말로는, 운동으로 주변 근육을 키워야한다고 했다. 척추가 약하므로 근육을 키우면 약한 척추를 보호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중에 ‘꺼꾸리’라는 운동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몸을 거꾸로 매달리게 하면 척추를 보호하게 되어 척추건강에 좋다는 것이었다.

  

  ‘거꾸리’가 무언가.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새 상품은 13만원에 판매가 된다고 했다.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로 들어가 검색한 결과는 가격이 5~6만원이었다. 그런데 중고품은 부피가 커 배달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직접 가지고 가라는 답변이었다. 생각해 보니, 분해해서 보내면 될 일이었다. 판매자에게 ’분해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나요?’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그냥 가져가는 사람에게 팔 게요.’ 하는 문자가 왔다. 분해하기가 싫거나, 분해하여 포장을 하기가 어려운가 보다고 생각했다. 

  ‘꺼꾸리’를 판매하는 곳은 주로 서울지역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평택은 ‘꺼꾸리’를 중고로 파는 곳이 많지 않았다. 인근 지역인 천안이나 수원까지 갈 수도 있지만, 그곳에서도 중고로 파는 곳이 없었다. 한마디로 평택에서 중고물건을 사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후, 급한 것이 아니었기에 차일피일 구입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중고나라’를 검색해 보니 평택에서 ‘꺼꾸리’를 파는 곳이 올라와 있었다. 그것도 분해를 해 놓았다고 한다. 분해를 했으면 승용차에 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판매자와 약속을 하고 약속시간에 그를 만났다. 조립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집으로 가져와 조립을 하기로 했다. 젊어서는 기계를 잘 만져 아내로부터 맥가이버라는 말을 듣기까지 한 나였다. 그런데 도무지 조립이 되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꺼꾸리’ 조립 동영상을 보고 조립을 했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겨우 조립이 완성되었다. 

나의 ‘거꾸리’ 운동은 이런 과정을 통해 어렵사리 시작되었다.   

  나는 오늘도 ‘꺼꾸리’에 올라가 거꾸로 선다. 벽에 걸린 내 사진이 거꾸로 보인다. 거꾸로 보니 웃는 것 같다. 평소에 평범해 보였던 얼굴이지만, 거꾸로 보니 웃고 있다. 가끔은 세상을 이렇게 거꾸로 볼 필요가 있지 싶다.


  \

 ‘꺼꾸리’로 운동을 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사람관계에도 거꾸로 법칙을 적용하면 어떨까? 인간관계에서 내 입장만 내세우지 말고, 상대방과의 입장을 거꾸로 생각해 보면 좋겠다. 그러면 이해심이 생기고, 공감하는 마음도 늘어나 서로서로 좋은 사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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