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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Apr 05. 2019

참 나(我)를 찾는 여행

마음 챙김


 러닝머신으로 운동을 합니다. 일주일에 3번, 하루 30분에 이상 땀을 흘릴 정도로 운동을 하면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예전에 서울에 있을 때는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했습니다. 살고 있는 아파트 안에 헬스클럽이 있어서 가까웠습니다. 6개월에 18만원으로 저렴해서 금전적으로도 큰 부담이 없었습니다. 내가 있는 안중은 헬스장이 한 달에 5~6만 원입니다. 자동차를 타고 가야합니다.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는 단지에 헬스장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농촌에 살고 있는 저도 운동을 하려고 헬스장을 갔었는데 가격도 그렇고 왔다 갔다 하면서 운동을 하면 시간 낭비도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러닝머신을 샀습니다. 홈쇼핑에서 광고도 많이 하지만 새것보다는 중고를 사고 싶었습니다. 운동기구는 고장이 나서 못 쓰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마침 네이버 중고나라에서 나에게 맞는 러닝머신을 찾아 주문을 하니 택배로 도착, 거실에 들어다 놓고 운동을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속도를 40으로 러닝을 하다가 45으로 올리고, 50, 55, 60으로 속도가 점점 빨라집니다.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을 틉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운동을 하면 시간도 빨리 가고, 운동을 하면서 두 가지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뉴스, 교양강좌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잘 안 보는 방송대학을 돌려봅니다. 교양강좌가 나오면 보고, 아니면 KTV, 국회방송, 국방TV를 돌리고 EBS도 돌려봅니다. SKY TV에서만 하는 교양강좌프로그램 채널이 있는데 거기도 리모컨을 누릅니다. 교양강좌가 없으면 바둑⦁장기 채널을 돌립니다. 

 볼만한 것을 찾았습니다. 채널을 고정하고 시청합니다. 시청을 하면서 러닝머신으로 운동을 하니 시간을 버는 것 같습니다. 좋은 정보로 교양도 쌓고 운동도 하니 1석 2조입니다. 몸과 마음이 좋아지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그동안 운동을 하면서 텔레비전을 시청했습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텔레비전을 보았습니다.  화장실에서는 책을 보거나, 핸드폰을 보았습니다. 책을 읽을 때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알아차림을 하고부터 한 가지 일을 할 때는 그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러닝머신으로 워킹을 하면서 다리의 움직임을 느껴봅니다. 발가락에서는 어떤 느낌일까 나의 온 신경이 발가락으로 집중시켜봅니다. 심장을 생각합니다. 심장을 만져본 적은 없지만,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본 것을 상상하면서 심장에 마음을 집중합니다. 러닝을 할 때면 몸에서 땀이 납니다. 내 피부에서 땀이 나오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땀에게 집중해 보았던 적이 없습니다. 마치 내가 땀방울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소설 《회색인간》의 저자 김동식은 중학교1학년 중퇴입니다. 학교를 그만두고 중국집 배달 등을 전전하다가 주물공장에 취직을 했습니다. 주물공장에서 뜨거운 쇳물을 형틀에 붓는 작업은 위험합니다. 처음에는 쇳물이 튀면 어쩌나 두려웠지만 경험이 쌓이니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단순하면서도 힘든 노동입니다. 그래도 일에 집중 했습니다. 그러니 실수 없이 작업이 잘 할 수 있었습니다. 작업을 잘하니 여유 시간이 났습니다. 그 시간에 생각을 했답니다.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되지 않는 생각을 했답니다. 공상 과학에서나 나올 생각을 엄청나게 많이 했어요.

 그는 주물공장 공돌이로 11년을 근무하고 나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1년 동안 전국을 여행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퇴직 후에 가기로 한 여행을 차일피일하고 있었습니다. 

 심심할 때면, 인터넷 ‘오늘의 유머’에서 재미있는 글을 읽었습니다. 자기도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댓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댓글을 쓰다가 자기도 자기 글을 써보고 싶었답니다. 주물공장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한 것이 도움이 되어 많은 소재가 나왔다고 저자는 말했습니다. 맞춤법, 띄어쓰기, 철자법도 몰랐습니다. ‘오늘의 유머‘에 글을 올리고 독자들이 틀렸다고 지적하면, 중학교 1년 중퇴라고 말하니 독자들이 알려주었습니다. 차츰 글이 재미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출판사의 제의로 책을 내고 소설가가 되었습니다. 지난 해 평택시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어 평택에도 몇 차례 왔을 때 만났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일을 하면서 라디오를 틀어놓고, 노래를 하면서 작업을 할 때 조용히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었던 주물공은 내면에 내공이 쌓였던 겁니다. 그런 내공이 인기 소설가를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이틀에 한 편의 소설을 쓴다고 합니다.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 스카우트되었습니다.      

 감성지수 EQ를 처음으로 주장한 세계적인 심리학자 데니얼 골먼은 그의 저서 《포커스》에서 ‘집중하면 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나는 빨리 달려가는 것만이 좋은 것인 줄 알았습니다. 어렸을 때 당고모가 신문에 실린 해외토픽 뉴스를 읽어준 적이 있습니다. 어느 분이 읽고, 쓰고, 듣는 걸 한꺼번에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럴게 하는 게 좋을 줄 알았습니다. 한국 사람은 빨리 빨리하는 게 몸에 배였습니다. 빨리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지기 때문이죠.  

 지난날을 뒤돌아보니, 나는 나를 느끼지 못하고 ‘남의 인생을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나를 느끼고 살아야겠습니다. 


 가수 김국환이 인기몰이를 할 때 불렀던 <타타타>의 가사가 생각납니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 

 당신이 나를 모르는데, 나인들 너를 알겠느냐는 뜻입니다. 

 이 가사를 이렇게 바꾸어 불러봅니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

‘자기 자신도 나를 모르는데 어떻게 당신을 알겠는가.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상담자가 자신도 잘 모르면서 어떻게 내담자를 알겠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서 나를 알아가는 ‘자기성찰’을 하고 싶습니다. 

 아직은 시작입니다. 나의 미세한 것까지 알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동안 바쁘게 살아오면서 놓쳤던 나를 알아가는 시간은 매우 귀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잃어버렸던  나의 참모습을 찾는 일은 나를 다시 탄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긴 여행의 출발점에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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