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과 결혼했습니다 1
해민과 유진이 처음 만난 곳은 영수 보습학원이었다.
총 세 칸으로 나누어진 교실에서는 영어와 수학 수업이 번갈아 진행됐다. 스무 명 가량이 함께 수업하는 교실은 두 개의 분단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한쪽은 4명이 앉는 책상이, 한쪽은 두 명이 앉는 책상이 조르륵 놓여 있었다.
해민은 4명이 앉는 책상의 맨 뒷자리에 앉는 것을 좋아했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늘 서둘러 학원으로 향했다. 해민은 맨 뒤에 앉아 모든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으니 공간을 장악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통로 쪽 자리에 학생들이 앉아 있으면 맨 끝자리가 비어 있다고 하더라도 비집고 들어갈 용기가 없는 아이였다.
유진은 수업이 시작할 때 즈음에서야 친구들과 함께 강의실에 들어와 해민의 자리에서 대각선으로 끝에 그은 자리에 앉곤 했다. 언제나 몸에 맞지 않는 커다란 티셔츠 차림이었고, 너무 말라서인지 눈, 코, 입 이목구비가 모두 돌출된 듯 입체적인 얼굴이었다. 짙은 눈썹 때문인지 커다란 눈망울이 더 짙어 보였다. 유진이 언제나 해민의 앞에 앉았음에도 해민이 유진의 얼굴을 잘 알고 있는 유진이 아주 자주 뒤를 돌아 보았기 때문이다. 정확히 해민 쪽으로 고개를 돌려, 해민에게 시선을 맞추는 일이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정말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유진이 해민에게 시선을 맞추기 위해서는 꽤 많은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지나쳐야 했다. 언급했듯 해민은 맨 뒷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자세를 뒤틀고, 1의 아이의 어깨를 지나, 2의 아이와 눈을 스치고.... 나서야 해민과 시선을 마주칠 수 있었다. 해민은 유진이 얼마나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았다. 그리고 그 일의 의미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한 번 본 사람은 좀처럼 잊는 일이 없는 해민이 유진을 처음 본 날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주위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새로 만난 사람을 좀처럼 기억하지 못하는 유진이 해민을 처음 만난 날을 아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었다.
후에 이야기하기로 유진은 해민을 처음 봤던 순간까지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자신이 했던 생각까지도.
“저 애랑 결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