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by 온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해민은 유진에게 물었다.


“근데 우리가 어떻게 다시 연락을 하게 됐지?” 해민은 도무지 그 이음새가 기억나지 않았다. 유진은 어이없다는 듯 해민을 바라봤다. 이미 중년에 들어선 유진을 보며 해민은 젊은 날의 유진을 잠시 떠올려 보았다. 질문 때문인지 유진의 눈빛만은 젊은 날에 보았던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 어떻게 다시 연락하게 된 거야?”

“여보가 나한테 한밤 중에 문자 보냈잖아.”

“응? 내가? 뭐라고?”

“자?”



해민은 대답을 듣고도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유진에게 숱하게 “자?”라고 문자를 보냈던 기억들이 순서 없이 떠올랐으므로 그 중 하나의 기억이겠거니 했다. 해민은 생각했다. 이 사랑을 끝내 연결시키고 완성시킨 것은 유진의 마음이 아니라 자신의 뻔뻔함이라고. 해민의 주장에 타당한 근거 하나를 추가한 셈이었다.



어떻게 연락이 닿았는지는 잊었지만 해민이 스물다섯의 유진을 만났던 곳은 기억이 난다.


서울이었다.


서울에 갈 일이 생겼을 때 해민은 정작 일처리보다는 유진을 떠올렸다. 어쩌면 유진을 만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해민은 유진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해민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연락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보란 듯이 깨버린 것이 자신이지 않았나. 아무리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단한다고 해도, 이것은 너무 나빴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유진은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자신에게 너그러울까.

하지만 해민은 결국 유진에게 연락을 했다. 지금 당장 유진이 나오지 않는다면 만날 수 없을 만큼 미뤄둔 시간이었다.


그렇게 둘은 만났다.


둘이 만나기로 한 곳에 해민이 먼저 서 있었다. 유진은 왼쪽으로 약간 고개를 기울인 채 다가왔다. 수척해 보였다.

둘은 터미널 내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해민은 밥을 먹는 유진을 한 번씩 훔쳐 봤다. 깔끔하게 면도되지 않은 유진의 인중과 턱이 보였다. 길쭉하게 옆으로 뻗은 눈매는 짙은 속눈썹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해민은 유진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이유를 짐작할 수도 없었다. 둘의 일상은 전혀 공유되지 않았다.



해민은 유진이 허깨비처럼 앉아 있다 홀연히 사라진 것 같았다.

둘은 반가움도 아쉬움도 없이 헤어졌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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