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조용 엄마만의 작은 성취를 해나가는 중이야
서준아.
엊그제 엄마가 행복이 뭘까,라고 물었을 때 우리 서준이가 말했지. 잠들기 전에 엄마가 안아줄 때 드는 느낌이 행복이라고. 장난감을 사는 것도 친구들과 노는 것도 행복은 아니라고 했어. 그건 그냥 신나고, 재미있는 일이라고 말했지. 서준이는 꽤 단호하게 이야기했는데, 엄마는 고개를 살짝 갸우뚱했어. 무슨 차이가 있을까?
세상 모든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무엇이 행복인지는 모두 각자의 기준을 가지고 있지. 다만 꽤 많은 사람들이 큰돈을 벌어서 부자가 되는 것, 높은 자리에 올라가 힘이 센 사람이 되는 것들을 행복이라고 말하며 그것을 향해 애쓰며 살아. 원하는 곳에 도착하기 전에는 결코 행복을 느낄 수 없고, 힘들게 도착한 자리에서 행복은 잠시뿐, 더 나은 곳에 있는 행복을 찾아 걸음을 재촉해.
사실 엄마도 지난 몇 년 동안 그런 행복을 꿈꿨어. 돈을 모아 내 집을 사고, 직장에서 승진을 하면 분명하고, 확실한 행복이 찾아올 거라고 믿었지. 막상 원하는 걸 이뤘을 때 느낀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고, 엄마는 다음 단계의 행복으로 가기 위해 서둘러야 했단다. 뭔가를 얻었을 때는 그래도 버틸 수 있었어. 근데 실패했을 때 감당해야 할 불행의 크기는 굉장하더라. 계속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엄마는 몸도 마음도 정말 아팠어.
2019년에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어.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보는 행복이 아니라 엄마의 마음이 말하는 목소리를 듣기로 했지. "나는 언제 행복하지?" 엄마는 책을 읽을 때가 가장 편안했고, 글을 쓰면 위로가 됐어. 좋아하는 일 주변에서 행복을 찾기 시작했고, 조용조용 엄마만의 작은 성취를 해나가는 중이야. 이제 엄마는 조금씩 자주 행복해. 책장에 책만큼 마음 안에 책들이 쌓여가며 여기저기서 책 향기가 나는 것 같아. 게다가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조그만 책이라니.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물음표를 가지고 시작한 편지가 점점 답을 찾아가네(글을 쓰다 보면 문장이 앞서 낸 발자국을 엄마가 따라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오늘 새벽이 그러네). 엄마는 서준이를 아주 꽉 안았을 때의 기분을 상상해봤어. 둥둥 떠있던 마음이 명치끝까지 천천히 내려가면서 차분하고, 포근해지는 그 기분을! 아, 알았다. 서준이가 말하는 행복은 안도감이고 편안함이었어.
신기하다. 요즘 엄마가 느끼는 행복과 서준이가 말한 행복이 꼭 닮았네. 서준이가 진짜 행복을 알고 있어 다행이다. 역시 우리 아들은 엄마보다 낫네. 이제 서준이를 꼭 안고 자야겠다. 우리 오래오래 행복하자.
2019년 뜨거운 여름을 통과하며 아이들에게 매일 쓴 편지를 책으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