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서점에 갈까?

서점이란 공간과 결이 맞는 사람인가 봐

by 기꺼움

서율아.


주말에는 서점에 가자. 서점에 들어서면 우리 둘은 동시에 말하지. "아, 서점 향기. 책 냄새 좋다." 온몸을 감싸는 마법 같은 기운을 서율이도 느끼고 있는 걸까? 엄마는 밖에 나가면 쉽게 지치는데, 유독 서점에서는 에너지를 듬뿍 얻어 온단다. 서점이란 공간과 결이 맞는 사람인가 봐.




엄마가 서점과 사랑에 빠진 건 초등학교 때부터였어. 학교에서 상장을 받아오면 서점에 갔지. 장난감이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어. 부모님의 손을 잡고 동네서점으로 가서 책들 사이를 원 없이 누비다 가장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사 오곤 했어. 아직도 생생해. 서점으로 걸어가는 부푼 마음, 서점이 멀리서 보일 때 설렘, 책이 만들어낸 공기로 가득한 그곳.


무엇보다 서점에서 엄마의 선택은 늘 존중받았어. 할머니, 할아버지는 책을 천천히 고를 수 있게 기다려주셨고, 어떤 책이든 기꺼이 사주셨지. 대부분의 어른들이 나이에 맞춰 읽어야 할 필독서를 권하는 것과는 달랐지(사실 속으로는 조금 답답하셨대). 그럼 엄마는 어떤 책을 골랐냐고? 책 제목은 정확히 모르겠는데 연분홍빛 표지에 로맨스와 SF가 버무려진 어린이 소설 시리즈가 기억나. 300년 후 우주에서 온 소년이 지구의 소녀와 사랑에 빠지는 종류의 이야기였던 것 같아. 감미로운 줄거리에 매료되었고, 한 권 한 권 모으는 재미도 쏠쏠했지. 작가가 어떤 분이셨을까? 갑자기 궁금하네.


엄마에게 서점과 책은 이렇게 말랑말랑한 추억이 담겨 있어. 서율이에게도 그랬으면 해. 가끔 아빠가 너에게 책의 내용이나 감상을 물으면 엄마는 옆구리를 콕콕 찌르지. 무엇보다 책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만화책이면 뭐 어때, 줄거리를 기억 못 하면 또 어때. 책을 읽는 동안 행복했으면 된 거야. 즐거웠으면 충분해. 아, 서점 가서 책 읽고 싶다.




서율아 책을 대하는 즐거운 마음가짐! 이제 알겠지? 나중에 너에게 책을 왜 읽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작가 보르헤스의 말을 빌려 근사하게 대답하렴.


난 의무적인 독서는 잘못된 거라고 생각해요. 의무적인 독서보다는 차라리 의무적인 사랑이나 의무적인 행복에 대해 얘기하는 게 나을 거예요. 우리는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해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보르헤스의 말> 中


2019년 뜨거운 여름을 통과하며 아이들에게 매일 쓴 편지를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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