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진 아이가 잠들고 나서야

2020년 7월 16일 새벽 공간 둘

by 기꺼움


| 새벽 일기



지난 저녁에는 옹졸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몸의 고됨은 덜해지지만, 마음의 부침은 더해간다.


아이의 사과에도 안아주지 않았고 훌쩍이는 아이에게 등을 돌리고 누웠다.

조금 더 너른 품으로 이야기를 건네고, 안아줬어야 했다.


머리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행동이 되지 않는 날이 있다.(종종 그렇다.)

꼬여 버린 마음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기분이랄까.

나도 나를 어찌할 수 없는 순간은 당황스럽지만, 쉬이 꺾이지 않는다.


슬퍼진 아이가 잠들고 나서야 등을 돌려 머리를 쓸어주고 오래 토닥였다.

엄마로 사는 일은 후회를 반복하며 시간을 견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마인 게 형편없는 날과 엄마라서 우쭐한 날, 그리고 수많은 그저 그런 날들을 지나간다.

어떤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자신을 존중하는 방법이자 아이들을 존중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 한다. 피로회복제를 먹는 기분으로 이런 말들을 되새긴다. 비록 잠깐의 위로일지라도.


새벽에 일어나 연필을 들고 일기를 써 내려가는 시간이 있어 다행이다.

눈 뜨자마자 아이들의 잠투정과 짜증을 마주했다면, 또다시 엉망인 나를 만났을지 모르니까.

어질러진 방을 청소하듯 글을 쓰다가 출근하는 남편에게 자두 두 알을 건네고 다시 책상(아니 식탁)에 앉았다.


자고 있던 아이가 재미난 꿈을 꾸었는지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린다.(이런 나만 심각한 건가?)

이제 천천히 스트레칭하고 아침을 만나야겠다.



| 새벽 문장



긴 호흡, 사이



당신은 호흡이 무척 긴 사람이라,

아직 들숨을 쉬는 중이고, 그래서 마음이 가쁘고 때로는 불안할지도 몰라.

이제 곧 깊었던 날숨을 내쉬며 가볍고 기쁘게,

다가올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게 될 거야.

그때 분명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될 거야, 틀림없이.

내가 당신을 그리 여기듯이.



- 안수향 서툴지만 푸른 빛(Lik-it, 202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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