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 공휴일이면 좋겠지만 2020년 7월 17일 새벽 공간 셋
아래로 새벽 일기 오늘은 제헌절이다.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된 날. 5대 국경일* 중 하나임에도 공휴일이 폐지되면서 감응이 덜해진 게 사실이다. 폐지 이유를 찾아보니 2008년 '주 40시간제' 가 도입되면서부터란다. 줄어든 근로 시간으로 늘어난 인건비 부담과 생산력 약화 우려 때문이었다.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내심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헌법은 국가 통치체제의 근본이 되는 최고의 법이다. 학부에서 법을 전공했는데 헌법 수업은 유독 어려웠다. 뭐든 근본이 되는 학문은 앎의 깊이가 더욱 방대한 탓일까. 일기 날짜를 적다가 공휴일이 아니라 아쉽다가, 십 년이 훌쩍 넘은 헌법 수업까지 떠올리다니. 매일 기록의 강점은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에 있다 . (날짜를 적을 때만 해도 뭘 써야 하나 고민했는데) 어릴 때는 일기가 쓰기 싫으면 커다란 글씨로 시를 쓰곤 했는데 알고 보니 시 쓰기가 더 힘든 일이었다. 지금 당장 일기를 멈추고 시를 쓰라고 한다면 나의 연필은 갈 길을 잃을 것이다. 여하튼 잘 모를 때가 속 편한 거라는 어른들의 말씀을 생각한다 . 공휴일이면 좋겠지만, 공휴일이 아닌 금요일이니까. 책을 조금만 읽고 출근 준비를 해야겠다. 어제 아주 흥미로운 책이 도착했는데, 오랜만에 피식거리며 읽고 있다. 한 컷만 공개하자면, © 그랜트 스나이더 『책 좀 빌려 줄래?』 (윌북, 2020) 중에서, 홍한별 옮김 이렇다. 평소 독서를 좋아한다면 혹은 글쓰기에 빠져 있다면 즐겁게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박연준 시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역시 잘 쓰는 사람들은 책을 고르는 눈도 밝고, 환하다. 조금씩 읽고 서평을 남겨둬야지. 여기까지 써야겠다. 의식의 흐름대로 적은 다소 부끄러운 기록이지만, 책에서 고른 새벽 문장에 기대어 안심해본다. 매일 기회가 있다는 게 다행스럽다. 새벽 문장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가장 힘든 점이 '방송을 매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사실 가장 위로가 되는 부분도 그 지점이다. 수많은 하루 중에 이런 날도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그게 뭐든 받아들이기가 덜 심란하다. 매일 하는데 어떻게 매일 좋겠나?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이상할 때도, 고약할 때도 있는 게 자연스럽지. 매일 잘할 수 없기 때문에, 매일 기회가 있다는 게 다행스럽다. - 장수연 『 내가 사랑하는 지겨움 』 (Lik-it, 2020) 중에서 © 기꺼움 * 3.1절, 광복절(8월 15일), 개천절(10월 3일), 한글날(10월 9일) 그리고 제헌절(7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