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되는 글은 무엇일까?
2020년 7월 21일 새벽 공간 다섯
새벽 일기
세 권의 독립 출판물을 냈다. 책방에 입고하지는 않았지만 작은 성취를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나눴다. 그것은 낯설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안에 박힌 마음들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책이 되는 글은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풍부한 지식과 다양한 정보를 주는 글, 마음과 마음이 닿아서 씩씩하게 만드는 글, 숨겨 있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한 글, 여행의 단상과 찰나의 사진을 전하는 글. 이렇게 다채로운 글들은 벌써 책이 되어 서점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수많은 글 중에서 나만 쓸 수 있는 글은 뭐가 있을까? 나라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뭘까? 내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마주 보며 잠시라도 위안을 줄 수 있길 바라지만 아직 모르겠다. 그저 이렇게 주어진 시공간에서 거듭 쓰다 보면 언젠가 찾게 될 거라고 믿을 뿐이다.
며칠 전 정세랑의 소설 『시선으로부터』를 읽으며 마음 편해지는 문장을 발견했다. 그것은 예술가의 재능에 대한 이야기였다. 글 속의 화자인 '시선'은 말한다. "내가 지켜본 바로는 질리지 않는 것이 가장 대단한 재능인 것 같"다고. "각자에게 주어진 질문 하나에 온 평생으로 대답하는 것은 질리기 쉬운 일"이고, 그것을 질리지 않고 해내는 것이 재능이라고 했다.
만약 당신이 어떤 일에 뛰어난 것 같은데 얼마 동안 해보니 질린다면, 그 일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당장 뛰어난 것 같지는 않지만 하고 하고 또 해도 질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도해볼 만하다.
- 정세랑『시선으로부터』(문학동네, 2020)
이 문장을 곱씹으며 읽고 쓴다면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읽고, 쓰는 일은 질리지 않고 해왔으니까. 심지어 읽는 일은 즐거우니까. 책이 되는 글이 무엇인지,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질리지 않는" 마음을 끼고 걸어가 봐야지. 비록 "당장 뛰어난 것 같지는 않지만"
엊그제 황현산 평론가의 1주기를 추모하는 낭독회 영상을 보았다. '평생 읽고 쓰다 간 사람, 황현산을 읽는 밤'이라는 기획으로 문학동네와 MBC 아나운서국에서 2019년에 만든 콘텐츠였다. 차분한 낭독으로 듣는 그의 글들은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제 평론가의 산문을 읽다가 출근해야겠다.
새벽 문장
우리를 하나로 묶어줄 것 같은 큰 목소리에서 우리는 소외되어 있지만, 외따로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당신의 사정으로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글쓰기가 독창성과 사실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바로 당신의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 나의 '사소한' 사정을 말한다는 것이다. (중략) 자신감을 가진다는 것은 자신의 사소한 경험을 이 세상에 알려야 할 중요한 지식으로 여긴다는 것이며, 자신의 사소한 변화를 세상에 대한 자신의 사랑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난다, 2013)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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