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나 물 같은 무엇을 발견하기를

2020년 7월 27일 새벽 공간 아홉

by 기꺼움



새벽 일기



토요일 저녁에는 아이들을 일찍 재우고 소파에 누워 유튜브를 봤다. 평소 구독하는 채널에서 현대무용을 하는 영상을 보고 감탄했다. 언어로 표현된 문장에는 자주 매혹되곤 하지만 몸짓을 보고 감흥을 받은 건 오랜만이었다. 다른 영상들도 보고 싶어서 '현대무용'을 검색했다. "2019년 문예총장관상 국제무용콩쿠르 현대무용 대상 강희수"라는 타이틀의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무용에 대한 안목이 전혀 없는 내게도 더없이 황홀한 장면이 펼쳐졌다. 힘 있는 동작과 아름다운 선, 몸짓 그대로 예술이었다. 영상 제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 무용수는 초등학생이었다. 초등학생이 선보일 수 있는 수준의 공연인가? 놀라운 마음에 "강희수"라는 이름을 검색했더니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한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PD노트


인터뷰에서 어린 그가 묻고, 답한다. "사람이 공기랑 물이 없으면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한테 현대 무용은 공기나 물 같은 거예요. 무용이 없으면 못 살 것 같아요." 이어지는 영상에서 강희수는 무용학원의 모든 수업을 들으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평일에는 하루 6시간, 주말에는 9시간. 타고난 재능에 끊임없는 노력,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성장해가는 모습이 굉장했다.




비단 무용뿐 아니라 한 분야에 심취해 열정을 쏟게 만드는 원동력이 무엇일까?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질문의 책에서 이런 물음을 던졌다. "누구한테 물어볼 수 있지. 내가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하려고 왔는지?" 삶 어딘가에서 공기나 물 같이 없어서는 안 되는 무엇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것이 시인의 물음에 답이 되지 않을까.


자라는 내 아이들에게도 공기나 물 같은 무언가를 찾게 해주고 싶다.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극복하며 살아가길 바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내가 먼저 그것을 해보는 중이다. 꽤 오랫동안 타인의 시선에 맞춰 살았기 때문에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게 익숙하지 않다. 잠시 한 눈 팔면 돈, 승진, 명예 등 남들이 말하는 성공을 우러러보기 일쑤다.


좋아하는 일을(책을 읽고, 글을 쓰는) 통해 나 자신을 응시하는 연습을 한다. 그런 엄마의 모습과 태도가 아이들의 삶에 스며들기를 바란다. 중요한 건 네가 원하는 것을 발견해서 최선을 다하는 일이라고. 그것이 너에게 공기나 물과 같은 무엇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새벽 문장



인간은 수많은 사람으로 태어나 한 사람으로 죽는다는 말이 있지. 우리 안에는 우리가 쓰지 못한 힘, 탐험하지 못한 모습, 발견하지 못한 보물, 미처 능력을 드러내지 못한 자아들이 넘쳐나고 있어. 우리는 그중 최악의 것이 아니라 최선의 것을 끄집어낼 수 있게 서로 도와야 해. 우리 자신이 자신에게 남은 단 한 가지 모습을 혐오스럽게 보지 않도록 서로 도와야 해. (22쪽)



- 정혜윤 사생활의 천재들(봄아필, 2013)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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