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와 독서의 상관관계

2020년 7월 28일 새벽 공간 열

by 기꺼움



| 새벽 일기



요즘 치과에 다닌다. 어제도 갔고, 오늘도 가야 한다. 치료해야 할 두 개의 치아 중에서 하나는 신경치료 후 크라운을 씌웠고, 나머지 치아는 충치 치료를 받고 있다. 기존 치아를 최대한 쓰는 것이 좋다는 기준을 갖고 계신 의사 선생님 덕분에 치료 범위가 넓지 않다. 주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다녀오는데 치과에 가는 날에는 하루의 낙이 사라진 기분이다.


동료들이 식당으로 향할 때 나는 배고픔을 참으며 치과에 간다. 잦은 방문에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자동 의자가 뒤로 젖혀질 때 밀려오는 공포감은 한결같다. "~"는 소리는 머리까지 울리고, 괴로움을 견디며 애꿎은 손등만 꼬집는다. 치아에 몰린 감각을 분산시키는 행위랄까. 의식적으로 입을 크게 벌리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치료가 빨리 끝날 것 같아서다.(실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은 본을 뜨는 날이다. 한 달여간 길고 길었던 치료의 끝이 보이는 듯하다. 마지막 치료가 끝나면 고생한 나에게 고소한 콩국수 한 그릇을 사줘야겠다. 진한 콩국물을 마시면서 해방감을 만끽해야지. 아픔을 겪는 것도 나고, 얼마나 아픈지 아는 것도 나다. 누군가 알아주기를 기대하기 전에 내가 나를 달래고 보듬어줘야 한다.




미투로 알려진 김지은 작가의 김지은 입니다(봄알람, 2020)를 읽는 중이다. 숱한 밤낮 어렵게 썼을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으며 내가 가지고 있었던 편견의 민낯을 마주한다. 성폭력 고백 이후에 이어진 잔인한 2차 가해. 생각이 말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내가 어떤 의구심을 가졌는지는 누구보다 스스로가 잘 아니까. 편견을 갈고닦고 싶다는 이슬아 작가의 문장을 곱씹는다.


편견도 잘 갈고닦고 싶었다. 사실 꽤 많은 편견이 우리를 돕는다. 판단의 시간을 단축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일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판단을 좀 미루고 볼 필요가 있다. 세상이 간단하지 않으므로 편견도 뭉툭해서는 안 된다. 차라리 이제 막 태어난 사람처럼 무구하게 세계를 감각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 이슬아 『심신단련』(헤엄출판사, 2019) 중에서




일기를 쓰고 보니 치과 치료도 독서도 결국 내 안에 나를 만나는 일인 것 같다. 애쓴 나를 위로하고, 편견에 빠진 나를 건져낸다. 이렇게라도 다독이고, 일깨울 수 있음에 감사하자. 더디고, 서툴더라도 끝내는 세상에 이로운 영향을 주는 사람들과 걷고 싶다.



| 새벽 문장



이어지는 밤과 새벽과 아침. 그리고 다시 만나는 복희. 지금이라고 인생이 우리의 손에 쥐어져 있나. 사실 영영 불가능하지 않나. 그저 이 날들을 흐리멍덩하게 흘려보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일지 모른다. 또 다시 잃어버린 시절로 기억하지 않기 위해 복희와 먹고 얘기하고 걷고 만나는 순간을 이렇게 적는다.



- 이슬아 심신단련(헤엄출판사, 2019)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