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주의보 발령", "지하차도 통제" 안전 안내 문자가 계속 울린다. 비가 무섭게 쏟아진다. 일기를 쓰면서 날씨의 의미를 새삼 실감한다. 굴삭기 운전을 하시는 아버지에게는 날씨가 일과를 좌우한다. 비가 많이 내리면 공사 현장의 일이 진행될 수가 없다. 주말이 따로 없는 아버지께 장마철은 짧지 않은 휴식이다. 오늘도 습관적으로 새벽에 눈을 뜨셨다가 빗소리에 다시 잠드셨을 테지.
비가 오면 부침개가 먹고 싶은 이유는 빗소리가 기름을 튀기는 소리와 닮아서라고 한다. 어제저녁에는 매운탕을 끓이고, 남은 야채로 부침개를 만들었다. 부침가루를 잘 녹인 물에 부추, 깻잎, 애호박, 양파, 청양고추를 넣고 쓱쓱 섞은 뒤,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바짝 익히기만 하면 된다. 센 불에 꾹꾹 눌러가며 부치면 더 바삭바삭해지는 듯하다. 결혼한 지 10년 차가 되니 음식 만드는 일도 조금씩 손에 익는다.소소한 십 년의 법칙인가.
『한국 작가가 읽은 세계문학』을 읽다가 김연수 작가가 쓴 르 클레지오의 「황금 물고기」서평에서 곱씹게 되는 문장을 만났다."자기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매 순간 성장해요." 언듯 쉬워 보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는 일은 꽤 어렵다. 역할과 책임으로 채워진 일상은 삶을 숙제하듯 살게 하니까. 사랑은커녕 미워하지 않으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삶을 사랑할 수 있을까? 김연수 작가는 말한다. "자신의 삶을 사랑한다면, 그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다 알아내려고 애쓸" 거라고. 책을 읽고, 음악도 듣고, 그림도 보고, 춤도 추고, 외국에도 가고 말이다. 이렇게 호기심을 가지고, 감각하며 사는 게 삶을 사랑하는 일이라면 어쩐지 용기가 생긴다. 매일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게 삶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으려는 애씀이었구나, 싶기도 했다.
창밖에 빗소리가 조금 잦아들었다(피해가 크지 않아야 할 턴데). 천둥과 번개가 비켜간 자리에 빛과 고요가 찾아오기를.이제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일에 시간을 써야겠다. 사랑하는 나의 삶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