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장어의 꿈

2020년 8월 4일 새벽 공간 열다섯

by 기꺼움



새벽 일기



일곱 살 아들의 꿈은 복면가왕에 출전하는 것이다. 15살 즈음이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요즘 가장 즐겨보는 유튜브 역시 복면가왕이다. 얼마 전부터는 음악대장(국카스텐 하현우)의 노래를 자주 듣는다. 주말 내내 "매일매일 기다려어~~~~~"라고 목청껏 노래를 부른 탓에 누나의 구박을 많이 받았고(시끄럽다며), 일요일 저녁에는 살짝 목이 쉬었다.


얼마 전부터는 출전 곡의 연습 중인데, 그 노래는 신해철이 부른 '민물장어의 꿈'이다. 음악대장이 가왕 시절에 부른 노래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몇 번을 듣더니 후렴구는 얼추 따라 부르길래 가사를 출력해줬다. 점점 그럴듯하게 부르는 모습을 보면 엄마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자존심, 욕심, 안식, 고독 등 묵직한 단어들이 작은 입에서 나오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가사에 담긴 뜻을 전해주고 싶어서 민물장어를 검색했다. 민물장어는 뱀장어의 다른 이름으로 바다에서 태어나 강에 와서 살다가 다시 깊은 바다로 돌아가 알을 낳고 죽는 어류였다. 민물장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뒤로는 노래를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부르는 듯했다. 다시 바다로 향하는 의미가 담긴 후렴구는 사뭇 진지하게 부르기 시작했다.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노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 신해철 『민물장어의 꿈』 중에서

https://youtu.be/pXSNAF6j8aw




민물장어의 꿈은 나도 평소 좋아하는 노래다. 지치고 힘들 때 듣곤 했었다. 일상이 버거울 때는 나 자신으로 향해 있는 가사의 곡을 들으면 위안이 된다. 민물장어의 꿈(신해철), 나를 외치다(마야), 거위의 꿈(인순이), 비상(임재범) 이런 곡들은 잘 견디고, 살고 싶게 만든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삶에서 크고 작은 부침을 겪어야 했을 때 반복해서 들었던 것 같다.


아이에게도 그랬으면 좋겠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경험할 수많은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민물장어의 꿈'이 흐르면 좋겠다. 그런 시간을 겪어가며 내면이 단단한 아이로 자란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니 보여줄 수밖에 없다. 고요한 새벽 시간. 오늘도 글을 쓰고, 생각한다. 타인과 맺는 관계만큼 나 자신과 맺는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간다.




새벽 문장



'다시'라는 말 아름답지?

아름다움의 역사에 가장 먼저

포함시킬 만한 단어야.


우린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는 거야.


조금 더 자유롭게

조금 더 힘 있게.


우리가 맺는 관계가 바뀐다면,

혹은 관계를 맺는 방식을 바꾼다면

세상도 바뀌어, 이건 진리야.



- 정혜윤 사생활의 천재들(봄아필, 2013)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