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책을 놓지 않으려면,

2020년 8월 6일 새벽 공간 열일곱

by 기꺼움

새벽 일기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하는 활동인데, 한 달 동안 한 권의 책을 나눠 읽는다. 오픈 채팅방에서 감상을 공유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화상 모임을 갖는다. 오랫동안 책을 읽어 왔지만 독서모임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 책과 나 사이의 교감만으로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반기 독서 모임을 통해 4개월 간 네 권의 책을 같이 읽으며 알았다. 독서 모임은 책을 훨씬 깊이 읽게 해 준다.


한 권의 책에 다섯 명의 독자가 서로 다른 문장에 감탄하고, 각각의 감상을 나눈다. 이는 마치 책을 재독 하는 것과 비슷한데, 여러 층위에서 읽는 듯한 느낌이 준다. "엇! 이런 문장이 있었나?" 분명 읽은 내용인데도 낯설 때가 있다. 함께 읽지 않았다면 놓쳐버렸을 문장인 것이다. 중간중간 생각을 말이나 문장으로 꺼내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한 권에 책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진다.


8월은 정혜윤 작가의 <사생활의 천재들>을 같이 읽고 있다. 다채로운 시선을 가진 저자가 여덟 명의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이다. 이 분들은 사생활에서 천재다. '진부하고 시시하지 않게 살려고 애쓰는 데서 천재'인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시간' 끝내는 '흐릿해질 시간' 뜨겁게 살아내는 사람들이다. 한 분 한 분의 이야기 안에서 쉬이 빠져나오기 어렵다. 언제가 책에 대해 긴 글을 쓸 예정이다.




평일에는 주로 오디오 북을 듣는다.



책을 읽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다. 날마다 필요한 일만 하더라도 온전히 내 시간을 갖는 건 어렵다. 한쪽 귀에만 작은 이어폰을 끼고 책을 듣는다. 오디오 북을 듣게 된 뒤로는 집안일이 지루하지 않다. 물론 아이들이 수십 번 엄마를 부르기 때문에 흐름이나 문장을 놓칠 때가 많지만,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최근 오디오북 시장이 커지면서 기계음이 아니라 전문 성우들의 완벽한 낭독으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게디가 김연수, 이병률, 김금희 등 작가가 직접 신작을 읽어주는 서비스들까지 등장했으니. 독자로서는 한없이 기쁘다. 얼마 전부터 김금희 작가의 장편소설 『복자에게』가 연재되고 있는데, 굉장히 흥미롭게 듣고 있다. 출판계의 끊임없는 노력과 작가의 애씀이 고마울 따름이다.




주말에는 읽는 시간을 확보하는 편이다.



책을 듣는 것도 매력 있지만, 역시 책은 펼쳐서 읽는 게 제일이다. 주말에는 읽다만 책들 중 최소 한 권 이상은 완독 한다. 때를 가리지 않고 읽는다. TV를 틀어주고 읽고, 노는 아이들 옆에서도 읽는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커서인지, 책을 읽는 엄마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다 심심해지면 각자가 선호하는 학습 만화를 들고 와서 함께 읽는다.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가거나, 서점, 만화 카페에 가도 책을 읽을 시간이 확보가 되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외부 활동이 제약이 많아서 아쉽다. (집에서 시간을 쓰는데 익숙해지는 것도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어쨌든 주말에는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편이다. 이번 주에는 김신회 작가의 『심심과 열심』을 모두 읽을 생각이다. 책의 부제는 '나를 지키는 글쓰기'인데 잘 읽히고, 유용하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끝으로 매일 새벽, 책 속의 문장을 찾아 옮기는 루틴을 실천하고 있다. 해녀가 물질하며 전복을 캐듯, 책의 바다에서 문장을 데려온다. 그 문장들이 쌓이는 걸 보면 흐뭇하다. 이제 문장을 찾으러 가야겠다.




새벽 문장



쓰는 일에는 힘이 있다.

그 힘은 내 안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을

믿어야 한다.


나에게서 나올 글을

믿어야 한다.



- 김신회 『심심과 열심』(민음사, 2020)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