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에 잠들어 세 시간 남짓 잤다. 잠이 오지 않아 한참 뒤척이다가 거실에서 겨우 잠들었다. 여러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시계 초침 소리가 공간을 메웠다. 어떤 선택이든 조금 더 멀리 나를 데려가서 보려고 노력한다. 예순이 되었을 때 나는 어떤 선택에 더 의미를 둘 것인가. 일 이년을 조급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삶 전체의 흐름을 살피려 애쓴다.
정혜윤의『사생활의 천재들』에 나오는 윤태호 만화가는 오랜 연습과 피나는 노력 끝에 월간지에 데뷔하지만, 스스로의 작품에 실망하게 된다. '어떤 독자도 에너지를 받을 곳'이 없었던 그림을 앞에 두고 괴로워한다. 출판사에서 주간지를 해보자는 제안을 받지만 그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저는 공부를 좀 더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스토리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최소 생활비를 계산해서 그만큼만 일하고 다시 연습의 시간을 보낸다. 쌓인 시간은 더 멀리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어 준다. 훗날 그가 보여준 탄탄한 스토리는 공부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며, 수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미생』이란 작품 역시 그렇다.
문학을 잘 읽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따뜻하고, 세밀한 시선으로 텍스트를 읽고 쓸 수 있기를 바란다. 깊어지기 위해서는 공부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새벽 공간에서 필사를 해야겠다. 고요한 시공간에서 평론집을 읽고, 베끼는 시간들이 아직 서툴기만 한 문장과 사유를 다듬어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