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오늘은 너희 둘에게 편지를 쓴단다. 둘의 이름을 함께 부르면 남매가 정다운 모습이 떠올라야 하는데 엄마는 너희가 다투는 모습이 눈에 훤하구나(정말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으니까). 학교에서 어린이집에서 각자의 일상을 보내고, 저녁 8시가 돼서야 우리는 만나지. 잠들기 전까지 같이 보내는 시간은 겨우 3시간 남짓인데 너희는 싸우고, 엄마는 다그치는 걸로 시간을 보내야 하다니 안타까워.
나중에 너희가 엄마의 편지를 읽고 창피했으면 좋겠다는 못된 심보를 살짝 담아서 서율이 서준이가 다투는 이유를 꼽아볼게. 각자 본인이 보고 싶은 만화 채널을 보겠다며 TV 리모컨 쟁탈전을 시작으로 서로의 물건은 절대 못 만지게 하지. 어쩌다 마음이 맞아 보드게임을 하게 되면 오가는 반칙 속에 누구 한 명이 울어야 끝이 나.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시간에도 책의 권 수 혹은 페이지 수를 헤아려가며 서로를 질투하고, 하다 하다 각자의 컵에 들어 있는 물의 많고 적음으로도 싸운단다. 엄마의 개입 없이 싸움이 점점 커지다 보면 서로에게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식의 나쁜 말도 하고, 때리고 밀치기도 해. 그럴 때마다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무너지는 당연히 모르겠지?
자주 혼을 내고, 가끔 너희들 각각의 마음을 알아주려고 애쓰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어. 서율이에게는 서준이가 얼마나 누나를 생각하는지 말해주고, 서준이에게는 누나의 마음속에 서준이에 대한 사랑이 숨어있다며 어린 시절 동영상을 찾아서 보여주지(다섯 살 서율이가 "남동생 있어서 진짜 좋다."라고 말하는 영상 있잖아). 엄마도 그때가 그리워지네. 서율이가 엄마 뱃속에 서웅(서준이 태명)이를 많이 아껴줬는데. 엄마의 볼록 나온 배를 연신 쓰다듬으며 "서웅아, 사랑해. 잘 자." 귀여운 목소리로 전한 예쁜 말들이 아직 귓가에 생생해.
많은 육아 전문가들은 말해. 부모의 사랑을 둘로 나눠야 하는 남매가 싸우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그렇지만 더없이 사랑하는 너희의 다툼을 지켜보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괴롭단다. 남매가 서로 보듬고, 챙겨가며 자라는 모습을 기대한다면 그건 로망일까?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 수년간 끝나지 않는 싸움은 계속될테지만(엄마 각오 단단히 했지?), 너희들 마음 깊숙한 곳에 서로를 향한 사랑과 존중이 무럭무럭 자라기를 간절히 바라. 엄마도 너희의 다툼을 자꾸 중재하고, 혼내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참아볼게. 남매가 해결점을 찾을 수 있도록 가만히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 길게 잡아도 10년만 견디면 되나고 하던데, 부탁이 있다면 얘들아! 5년 정도로 과감하게 줄여줄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