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환상의 롯데월드
환상은 신기루처럼 사라졌지
서율아, 서준아.
엄마 휴가의 두 번째 아침이 밝았네. 오늘은 아빠도 휴가를 내고 우리 가족은 롯데월드로 출발했어. 올해는 사람이 많지 않은 가까운 곳에 가볼까 했는데 계획이 조금 바뀌었어. 몇 년 전부터 우리 서준이가 110cm가 되면 커다란 놀이동산에 가기로 약속했잖아. 그런데 서준이가 딱 110cm가 된 거야.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 부랴부랴 숙소를 찾아보고, 롯데월드 티켓도 예약했지.
대전에서 서울까지는 두 시간 반 남짓. 지루해하는 너희를 위해 끝말잇기, 노래 부르기, 휴게소 들르기 등 시간을 보내던 엄마는 끝내 유튜브의 힘을 빌리고 말았어. 고속도로 위에서 음악을 들으며 창밖 풍경을 보는 일을 포기하기 어려웠거든. 서울에 도착해 도심 한가운데 있는 숙소에서 짐을 풀었어. 침대 두 개만 덩그러니 있는 방이었지만, 욕조가 커서 좋았어. 즐겁게 놀고 와서 수영하듯 목욕을 시켜줘야지, 생각했어. 숙소에서 롯데월드까지는 2km 정도 거리였고,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했어(실은 엄마도 롯데월드가 처음이거든).
드디어 롯데월드 도착! 생각보다 훨씬 커서 놀랐고, 오래전에 드라마에서 봤던 회전목마가 멋졌어. 하지만 몇 분 되지 않아서 환상은 신기루처럼 사라졌지. 꿈과 환상의 롯데월드는 기다림과 인고의 롯데월드였어. 1시간 넘게 서서 기다려서 놀이기구를 타는 시간은 겨우 2~3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갈 때쯤에야 우리 차례가 돌아오더라.
대여섯 살의 어린아이들이 투정 부리지 않고 기다리는 모습이 신기했어. 너희도 힘들어했지만, 그럭저럭 잘 버텨서 기특했지. 기다리면서 생각했어. 모두가 원하고, 꿈꾸는 일에는 필연적으로 경쟁을 해야 하고, 경쟁에서 이기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서 견디는 일과 비슷한 것 같더라. '에고, 서율이, 서준이도 앞으로 경쟁하고, 참아야 하는 일이 많을 텐데.' 이런저런 생각에 괜히 한숨이 났어.
그렇게 오래 기다려서 두세 개의 놀이기구를 탔더니 날은 어둑어둑해지더라. 8시부터는 퍼레이드가 시작됐어. 형형색색의 풍등이 하늘로 올라가는데, 엄마 옆에서 조용히 소원을 비는 율이가 귀여웠지(앗,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못 물어봤다. 내일 일어나면 바로 물어봐야겠다).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서 퍼레이드를 가까이 볼 수 없었지만, 서준이가 '멋지다'를 외치며 좋아해서 뿌듯했어.
숙소에는 아홉 시가 넘어서 들어왔고, 너희들은 따뜻한 물이 담긴 커다란 욕조에서 깨끗하게 씻었지. 피곤했는지 금세 잠에 빠져들었고, 엄마는 노트와 펜을 꺼내서 무드등 불빛에 의지한 채 글을 쓰고 있어. 사진을 많이 못 찍었으니까 기록으로 꼼꼼하게 남겨야지.
서준이가 뒤척뒤척하네. 너무 신나게 놀았나 봐. 이제 옆에서 누워서 토닥여주며 소설책을 읽다 자야겠다. 엄마는 여행지에서 책을 읽는 걸 좋아해. 조금 잠이 오긴 하지만 포기가 어렵네.
율이, 준이는 좋은 꿈 꾸길.
2019년 뜨거운 여름을 통과하며 아이들에게 매일 쓴 편지를 책으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