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인생이 힘들지?

마음먹은 대로 안 될 때도 많아. 그냥 한잔해.

by 기꺼움


서율아.


방학인데도 매일 학교에 가는데, 방학숙제까지 해야 해서 억울한 우리 딸! 도시락 맛있게 먹었니? 엄마도 새벽에 일어나서 도시락을 싸는 게 쉽지 않네. 밥, 햄, 감자튀김, 당근 스틱, 요구르트, 호떡 빵을 싸고, 레모나랑 마이쭈도 한 개씩 넣어두었는데, 잘 먹었으려나. 돌봄에서 종일 지루할 텐데 밥 먹는 시간이라도 기분이 좋았으면 해. 내일은 "서율아, 사랑해."라고 쓴 포스트잇도 함께 넣어둬야겠다.




지난 주말 일이야. 아빠가 맥주를 마시는데 맞은편에 앉아 있던 서율이가 물컵을 한 손에 들더니 이렇게 말하더래.

아빠, 인생이 힘들지? 마음먹은 대로 안 될 때도 많아. 그냥 한잔해!


어른처럼 그럴듯하게 말하는 서율이를 보며 아빠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고 하시더라. 음. 엄마가 언젠가 그런 넋두리를 했던가, 아니면 서율이가 살아가는 세계 안에서 마음만으로 되지 않은 일들을 경험하기 시작한 걸까?


서율아! 정말 그래. 성공과 실패를 겪어가며 인생을 살아가지만, 잘되지 않을 때가 훨씬 많은 것 같아. 예전에 엄마는 그때마다 좌절했었어. 나는 왜 이 모양인지 자책도 많이 했지. 하지만 이제 아니야. 서른 살이 넘어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서율이한테 이야기해줄게. 뭔가 잘 안되었을 때 슬퍼하는 걸 잠시 멈추고, 그 일을 가만히 들춰봐 봐. 그럼 안에 뭔가 반짝이는 불빛이 보일 거야. 그 빛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면 생각지 못한 새로운 길을 만나게 된단다.


쉿! 엄마가 그동안의 실패를 통해 알게 된 비밀이야. 만일 엄마가 올해 승진을 했다면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글쓰기라는 돌파구를 찾는 일도 없었을 거야.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길이 열렸단다. 사랑하는 서율이 서준이에게 매일 쓴 편지를 책으로 엮는 일은 그중 제일 근사하지.




서율아. 우리의 남은 삶에도 꽤 많은 실패와 좌절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때마다 머리를 맞대고 실패에 담긴 뜻을 현명하게 살피면서 헤쳐 가보자. 엄마가 앞장설 테니 잘 따라와. 서율이가 스무 살이 되면 시원한 맥주 한잔에 따끈따끈한 감자튀김을 먹으면서 쉬엄쉬엄 풀어가자. 우린 할 수 있을 거야. 파이팅!


2019년 뜨거운 여름을 통과하며 아이들에게 매일 쓴 편지를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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