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이 주는 행복과 우울의 경계선에서

playlist, City sunset_선우정아

by 기꺼움

평범한 하루를 보낸다.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하루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홉 살 딸을 학교에 보내고, 여섯 살 아들을 차에 태워 회사에 간다. 직장 어린이집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아이는 엄마와 헤어짐에 능숙하다. 8층 사무실에 도착해 인사를 하고 컴퓨터를 켠다. PC와 혼연일체가 된다. 모니터를 뚫어지게 보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같은 부서에서 일한 지 5년이 넘었다. 내가 일을 하는지, 손가락이 하는지 모를 하루가 지나가면 저녁이다. 아이를 태우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고, 밀린 집안일을 하고, 애들을 씻기고 재우면 11시.


요즘 들어 자주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자면, 음… 익숙함이 주는 행복과 우울의 경계선 위에서 버티는 기분이다. 익숙함이 얼마나 감사하고, 귀한 감정인지 안다. 분명 나는 알고 있는데, 익숙함이 주는 행복을 놓치고 우울해지기 일쑤다. 선우정아의 City sunset을 듣다 보면 이런 가사가 나온다.


“그래 오늘도 살아내야지. 지켜낼 것이 나는 참 많으니. 나로 인해 또 누군가가 아픈 게 난 싫어.”


이 부분을 들으면 마음이 울렁거린다. 슬픈 일이 없는데 눈물이 고인다.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내가 감당해야 할 정체성은 늘어만 간다. 나는 직장인이고, 엄마이고, 아내이고, 자식이다. 매시간에 따라 부여된 일을 하느라 분주하다. 다른 감정이 침범할 틈이 없다. 감정이 흔들리면 하루는 무너지고, 그 여파는 내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감정은 파동이 되어 소중한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밀려드는 후회. 역할이 부여되었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해야 할 일에 충실해야 한다는 건 짧지 않은 시간이 준 가르침이다.


다시 11시다. 아이들과 함께 잠들면 안 된다. 깨야 한다. 아니 깨고 싶다. 어떤 역할도 부여되지 않는 나를 만나는 시간이다. 졸리고, 피곤하지만 이제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순간이다. 책을 읽고, 글을 끄적이다 보면 안심이 된다. 나란 사람이 잘 지내고 있구나, 실감한다. 익숙함이 주는 행복을 느끼려면 진짜 나를 만나야 한다. 지금처럼.





https://www.youtube.com/watch?v=dwmik9zVTSM&list=PLa8akc3Kuq32He_0S24j2XwURs08YFhL9&index=2&t=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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