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unction Dec 18. 2020

책 이야기는 이제 시작

독서일기를 빙자한 브런치인데 거참

2020.12.17.


서류, 서류, 서류, 아름다운 일거리

오늘도 그녀(?)는 일을 만들었다. 뭐 사실 절차상 틀린 말도 아니고, 나랏돈 쓰는 거에 제대로 썼는지 확인하는 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뭐랄까. 천성적인 게으름과 무사안일주의, 그리고 업무적 관성이 엮이다 보니 그냥 다 싫다. 정말로.


문서작업을 경기 일으킬 만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조서와 결과물이 있는데 또 서류가 필요하다는 건 뭔지 모르겠다. 나무야, 미안해. 오늘도 또 인쇄하고, 갈아버리고 하는구나... 전자정보가 생각보다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말도 듣긴 했지만, 인쇄-수정-검토-수정-인쇄-수정-검토의 무한루프 속에서 일은 늘고, 스트레스는 커지고, 살은 찌고, 환경도 파괴되고... 뭐 좋을 게 없네.


피크 재팬

나름 올해도 독서 리스트는 깜냥껏 채우게 되어, 연 50권의 목표는 얼추 상회한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개중에는 가볍게 한두 시간 만에 쓱 읽어 나간 것도 있지만, 며칠이 걸려도 진도가 안 나가 진을 빼던 것도 있고, 책상 한편에 두껍게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벽돌들도 아직 있긴 한지라, 최근 몇 년간 읽은 책은 긴 호흡의 것들보다는 대체로 쉽게 읽히는 책 위주였다. 의식과 시간의 흐름대로 글을 남기다 보니 하필 어제 읽은 책이 <피크 재팬> 일건 뭐람...


사실 일본 위기론이야 이미 몇 년 전부터 계속 회자된 거긴 하고, 작년에 출장 갔다가도 많이 느끼긴 했지만, 막상 텍스트로 접하니 또 느낌이 다르긴 했다. 찰머스 존슨, T.J. 펨펠 같이 학부 때 리딩에 등장하던 사람들의 이름이 나오니 괜히 반갑기도 했고. 어쨌든 고령화와 저출산, 탄소중립시대를 맞이해 가는 이 시점에서 일본의 피크가 우리에게 오지 말라는 법도 없고... 세상은 <이성적 낙관주의자>가 발전시켜 가긴 하지만, 어쨌든 비관론 속에서 준비해서 나쁠 건 없으니. 뭐 내가 대통령도 아닌데 이런 고민 할 건 아니겠다만.


2020.12.18. 


요즘 논문도 그렇고, 책도 서론이랑 결론만 잘 읽으면 대충 어디가서 이빨은 깐다고 하더라. 대학원때 공부를 워낙 대충(?) 했던지라 리딩할때 쓰던 신공이 저 방법이긴 했던 거 같은데... <피크 재팬>에서 하고싶은 말을 나름대로 해석해서 저자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해봤다. 


 "하지만 15년(1985~2000)동안의 정체와 혼동 그리고 위상과 명성, 지위의 상실을 겪고 나서도 일본은 새천년의 10년동안 충분하게 자극을 받지 못했다."(<피크 재팬>, p.66.)


저 문장 안에는 수없이 많은 각론들과 지적한 사항으로 인해 파생된 결과들이 있겠지. 그렇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도 없는게 우리나라라고 일본이 가는 길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만은 못할거라. 어쨌든 '부자 망해도 3년은 간다'라는 말처럼 옆동네 섬나라는 그간 벌어둔 걸로 한세대 이상 버틴건데, 우리는 어떠려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대통령도 아니고, 고령화대책위원회도 아니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노후 대책이나 잘 마련해보자. 이런말 하니까 되게 늙은거 같네. 만으로는 아직 30대인데.



할아버지 기일


오늘은 할아버지 기일이다. 벌써 돌아가신지 올해로 30년이 되었다. 작년에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양가 모두 조부모님은 안계신 상태가 되었네. 


사실 초등학교 입학 전후로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이미 쇠약해지셔서 지내셨다는 것밖에 없다. 우리 집안의 가족력인 당뇨로 고생하셨던 상태에서, 내 기억이 시작될 시점부터는 이미 병이 꽤 진행되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요즘같으면 약만 제때 먹어도 어지간하면 관리가 되는 상황이었겠으나, 그때는 뭐... 


별다른 기억은 없지만, 어쨌든 그 엄혹하던 시절에 북에서 내려와 세 아들을 키워 내시고 삶을 꾸려 가신 것에는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할머니도 마찬가지이고... 어릴땐 참 원망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뭐... 두분의 금슬이 어떠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주님 곁에서 편안히 쉬고들 계시길 바란다. 


다음엔 여행기를 한번 남겨봐야겠다. 별다를건 없겠지만 그래도 감상이나 줄글은 좀 남겨볼 수 있을테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밥벌이의 중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