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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Dec 10. 2015

안철수 지지자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안철수가 말하는 '민심'은 어디에?

안철수- 연합뉴스
한 때 나는 안철수를 지지했었다. 

한 때, 나는 안철수를 지지했었다. 그러다가 지지하지 않게 되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권은희 공천, 기동민 공천, 윤장현 공천을 통해서 안철수가 '당 대표로서 일을 못한다'라는 생각했었다. 난 나와 소신이 다른 사람보다도 일을 못하는 사람을 더 싫어한다. 일못은 극혐이다. 


안철수의 친구 윤장현이 광주 시장이 되어서 광주비엔날레의 박근혜 대통령 풍자 그림에 대해 광주광역시가 전시 금지 처분을 내리고 윤장현 시장이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광주시비가 투입된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작품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갖고 있다"라고 했을 때는 '안철수를 위시한 세력들은 소신이 없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안철수의 친구들이 안철수처럼 간을 보는 건 덤이다. 대통령 풍자하는 그림이 전시되는 문제에 있어서 "정치적 논란"을 운운하는 건 간보는 인간들만 할 수 있는 거거든. "정치적 논란"이 두렵다면 애초에 정치란 걸 하면 안된다. 모두가 만족하는 정치란 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나 실현이 가능하니까. 그런데 디즈니도 그런 '엄청난' 상상력을 보여주진 않는다. 사자가 영어로 말을 하는 것보다도 더 말이 안되거든. 

 

안철수와 안철수 친구들을 관통하는 코드

물론, 윤장현을 위시한 안철수의 친구들에 대한 비판이 안철수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어쨋거나 윤장현의 잘못은 윤장현의 잘못이고 친구들의 잘못은 친구들의 잘못이니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예술에 대한 허접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그런 사람은 다음 선거에서 뽑히지 않게끔 하면 된다. 


윤장현- 연합뉴스


김한길- 동아일보
문병호- 인천일보
주승용- 파이낸셜뉴스


그런데 안철수의 친구들을 통해 안철수를 비판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안철수와 함께하는 친구들의 면면을 통해서 안철수가 어떤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지는 엿볼 수 있는 거 잖는가? 안철수와 친한 친구들-김한길, 문병호, 윤장현, 주승용 등을 보아하면 이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코드가 발견된다. '간보기', '소신없음', '아이디어 없음'. 


그는 아직 <안철수의 청춘 콘서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친구들만 그런 게 아니다. 안철수도 마찬가지다. 이중에 유일하게 '간'자가 붙은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게 안철수잖나. 간철수. 이쯤되면 그 밥의 그 나물이라는 속담을 안철수에게도 들이대고 싶은 게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안철수는 지금까지 간을 봐왔고, 딱히 어떤 정책을 내민 것도 없고, 박근혜처럼 누구나가 동의할만한 '이도저도 아닌 일반론'만 줴쳐댔다. 그는 아직 <안철수의 청춘 콘서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앞으로 안철수가 다를 것이라는 믿음? 솔직히 없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도 비슷하게 느끼는 듯 하다. 안철수와 친구들이 말하는 '민심'은 대체 어디에 있는걸까?


한 때는 안철수를 지지하는 자들이 많았다.

나는 예전에 C커뮤니티에서 안철수를 비판하는 글을 썼는데, 어그로가 끌렸고 나는 일베, 알바 취급을 받았었다. 그 동네에서 안철수의 팬층이란 건 그 정도였다. 감히 비판하지 못할 수준의 카리스마를 풍겼던 게다. 사족을 달자면, 그 이후로 C커뮤니티에 빈정이 좀 상했다. 아이디 메모장에 적어놓고 '그때 그 사람이닷! 잡아라!'하는 식의 커뮤니티 특유의 찌질한 문화도 천박해보였달까. 메모장에 기록 잘해놨다면서 자랑하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그 기록을 공유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있다. 그놈이 멀쩡한 놈의 아이디를 적어놨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못하는겐가? (발을 끊은 뒤에 그 커뮤니티에 랜섬웨어가 돌았다)


 C커뮤니티 사실 딱히 진보적인 커뮤니티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수적인 커뮤니티도 아니다. 한국의 3~50대 아제들을 한방에 가둬놓고 1시간이 걸리는 고퀄리티 정치성향 테스트, 젠더감수성 테스트를 한 뒤에 테스트를 통해 나온 점수를 평균내면 딱 C커뮤니티의 아제들이 나올 듯한 느낌이다(객관적인 건 아니니 걸러들으시라). 그리고 그런 곳에서 안철수는 꽤나 강력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동네에서 "안철수"로 검색해보면 하나같이 짜놓은 것처럼 안철수를 비판한다. 예전에는 동일한 글을 썼으면 일베 취급을 하던 곳이란 것을 감안하면 이 부분은 꽤나 흥미로운 변화다. 그 동네가 어느 수준의 안빠들 집결소였냐면 '간철수'란 말을 쓰지도 못하게했다. 그 말이 일베에서 나온 말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간철수'가 일베에서 만들어진 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딱히 확인할 방법도 없지만, '간철수'가 일베가 만든 말이라면, 일베가 딱 한번 괜찮은 통찰력을 발휘했다고 인정해주고 싶다). 


C커뮤니티라는 동네는 사실 민심을 대변하지도 않고, 딱히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도 아니다. 다만, 그렇게 '안빠'가 많던 동네에서 이제 '안빠'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그렇게 되었다.


안철수 지지자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내일(2015.12.11) JTBC 밤샘토론에서 질문을 하게 됐다.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라 딱히 할 생각이 없었는데 아무도 자원을 안해서 내가 하겠다고 했다. 오늘까지의 청중 모집 과정에서 안철수에 대한 여론의 조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논제는 "기로에 선 새정치민주연합, 분당이냐 통합이냐"다. 밤샘토론 작가는 토론이 시작하기 전에 일종의 여론조사를 했다. 본인이 문재인쪽에 속하는 지, 안철수쪽에 속하는 지를 파악하고자 한 것이다. 토론 전에 피켓을 드는 과정이 있는데 그것을 위해 파악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다. 나름 그들 입장에선 밸런스를 맞추려고도 했을 것이고. 이 일종의 여론조사는 각각의 조직의 대표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우리쪽에선 '왜 굳이 골라야되냐'라는 불평들이 있었고, 나도 같은 불평을 했다. 나는 새누리당 지지자가 아니지만, 새누리당 지지자라면 문과 안 중에 누구 하나를 고르기 싫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새정련 지지자라고 해도 마찬가지고, 새정련을 딱히 지지하지는 않지만 야권이 잘되길 바라는 자들 역시 문과 안을 딱 집어서 '나는 이 사람을 지지한다'라는 입장을 가지지 않을 수 있다. 나도 지금의 개판 오분전인 상황에서야 문재인을 응원하지만, 안철수가 '혁신전대 안하면 나 삐진다!'라며 당을 깽판의 도가니로 몰아넣기 전까지는 문재인을 계속 비판했던 사람 중 하나다. 문재인이 이끄는 새정련이 논객 놀이나 하고 딱히 법안으로 싸울 생각을 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뭔 사안만 터지면 법안으로 게기는데 새정련은 "그건 나쁘다!"라며 논객 놀이나하는데 어찌 안빡칠 수 있나?


(그럼에도 내가 문재인에게 하는 비판을 안철수는 할 수 없다. 안철수 본인도 입법자의 신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딱히 논객 놀이말고는 한 게 없거든. 국정원 감청 이슈에서도 마찬가지고, 국정교과서 때도 안철수는 논객 놀이만 했다. 뭐, 안철수만 그런건 아니긴하지만)


밤샘토론에는 내가 소속된 조직의 9명과 타조직의 10명이 청중으로서 참여한다. 그리고 각각의 조직에서 2명이 자원을 받아서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쪽의 사람들 중에 안철수에 표를 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타조직의 10명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쪽의 질문자 2명과 저쪽의 질문자 2명도 안철수를 비판하는 스탠스를 가지고 있다. 안철수 지지자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나와 함께 안철수를 지지했던 Kee군이나 안철수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Kim군마저도 지금은 안철수에게 통수를 맞았다며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안철수 지지자는 천연기념물인건가, 내 눈에만 안보이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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