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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Jan 20. 2016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 유한킴벌리, 시세이도

믿거나 말거나
한국에는 여성이 일하기에 좋은 직장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직장이 있다. 

그리고 미리 말하건데 여성이 일하기에 좋은 직장은 적어도 한국에선 소수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여성이 일하기는 쉽지 않으며 그 때문인지 한국에서 여성의 고용률은 남성에 비해 낮다. 이는 회사측에서 남성을 더 선호하기 때문도 있지만, 애초에 회사 생활이 어려운 우리나라의 여성상을 반증해주기도 한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을 판단하는 지표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이라면 어떤 직장을 뜻할까? 나는 출산휴가, 육아휴직, 탄력적 근무를 거리낌 없이 제공해주는 직장이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휴가를  썼을 때 회사에서 어떠한 불이익도 없어야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환경은 꽤나 찾기 어렵다. 면접 때부터 면접관들은 결혼을 할 건지 물어보고, 출산휴가를 쓸 건지 물어보고, 육아휴직을 쓸 건지 물어보는데, 이런 질문을 하는 회사에 들어가면 과연 육아휴직을 마음 편히 쓸 수 있을까? 물론 법적으론 회사가 반대하건 말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쓰고 난 뒤가 문제다. 승진이 힘들어질 수도 있고, 복귀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법적으로야 복귀가 보장되지만, 한직에 밀려나서 사실상 권고사직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남성이나 여성이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남성도 쓸 수 있다) 해당 휴가를 사용할 때 회사에서 눈치를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육아휴직을 못 쓰는 이유는 80%가 회사의 압박 때문이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1일 여성 직장인 255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 설문한 결과 80%가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복귀가 어려울 것 같아서’(65.2%, 복수응답)라고 답했다. 그 뒤를 △회사에서 눈치를 줘서(44.6%) △쉬는 동안의 경제적 부담이 커서(37.7%) △동료들에게 불편을 끼쳐서(33.8%) 등이 이었다. (이데일리) 


하지만, 모든 회사가 그런 건 아니다. 한국의 대부분의 회사들이 여성에게 가정 대신 오로지 직장에 충성하게끔 압박을 넣지만(그런 회사가 가족친화적 캠페인 광고를 찍는 것은 코미디다), 여성이 직장 생활과 육아 생활을 모두 병행할 수 있게끔 지원해주는 회사들도 있긴 있다. 이런 회사들에선 여성이 자신의 커리어와 출산 중에서 양자택일하지 않아도 되며, 회사에 다닌다고 출산을 연기할 필요도 없다. 이 포스팅에선 그 회사들을 다뤄보려고 한다. 


1. 유한킴벌리(한국)




압도적인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

유한킴벌리의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2006년에는 4.8%였지만 해마다 상승하며 2011년에는 91.7%에 이르렀다. 그래프를 보자.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급격하게 상승했다는 것은 꽤나 흥미롭다. 하지만 이는 육아휴직을 보장해주자 자연스럽게 생긴 현상이 아니다. 육아휴직이 법으로 보장되었어도, 정작 육아휴직을 쓰는 이들이 없자, 유한킴벌리는 기혼여직원 수, 육아휴직 사용률, 사원만족도 조사, 임산부 간담회 등을 실시해 제도와 문화를 보완해 나가기 시작했고 꾸준히 그 결실을 맺어갔다(클릭). 


하지만 이와 다르게 다른 기업들은 육아휴직을 쓰지말라는 압박을 넣는다. 육아휴직을 권장하는 기업과 쓰지 말라는 기업 중 어떤 기업에서 여성이 더 육아휴직을 마음 놓고 쓸 수 있을까? 답할 필요도 없다.


육아휴직을 권장해서 회사의 생산성이 떨어졌을까? 

왜, 그렇게들 많이 생각하잖는가. 하지만 유한킴벌리의 생산성은 오히려 늘었다. 유한킴벌리의 주요 제품 중 하나임 기저귀의 시간당 생산량은 2001년 33,800개에서 2011년 53,600개까지 늘어났으며 2006~2011년에는 매출 성장도 10%를 넘었다.여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늘어나고 매출 성장도 함께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늘어나면 회사에 오랫동안 남는 숙련도 높은 인력도 늘어나게 된다. 생산성이 오르는 건 당연지사다. 실제로 이런 생각을 갖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직장이 있어 하나 더 소개해본다. 


2. 시세이도(일본)



시세이도는 일본의 화장품 기업이다. 사실 나는 잘 모르던 회사였는데, 듣자하니 꽤나 유명한 회사더라. 여튼, 이 회사도 유한킴벌리처럼 여성이 근무하기에 좋은 환경을 구축해놓고 있다. 유한킴벌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는 여성 육아휴직 사용률만을 다뤘었다. 하지만 일본 기업 시세이도에 있어선 더 다양한 제도들을 다룰 수 있을 것 같다. 부디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이런 제도들을 본받기를 바란다. 이거 다 님들 장사에 도움되는 거다. 참고로 여기에서 다루는 정보들은 모두 동아일보의 이 기사를 참고한 것이니 참고바란다. 


보육 지원- 캥거루룸

시세이도는 2003년 사내 어린이집을 만들면서 이름을 "캥거루룸"이라 지었다. 캥거루룸에는 보육교사뿐 아니라 간호사와 체조교사, 원어민 영어교사가 있으며 오전 8시~오후8시까지 운영한다. 캥거루룸은 시세이도 본사가 있는 도쿄 미나토구에 있으며 직장인들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도중에서 CCTV를 통해 자신의 아이들이 캥거루룸에서 잘 지내고 있는 지 확인할 수 있다. 


육아휴직제도

일본은 1992년에 육아휴직제도는 법적으로 의무화했으나 시세이도는 이보다 빠른 1990년에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시세이도가 얼마나 회사 내의 여성 복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부보다 빠르다니! 또한 시세이도에선 출산 후 아이가 만 3세가 될 때까지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 이는 일본 정부가 법으로 정한 육아휴직 기간(만 1세까지)보다 2년이 더 길다. 육아휴직은 최장 5년까지 쓸 수 있으며, 둘째부터는 2년의 육아휴직을 더 사용할 수 있다. 그러니까 5년을 쓰고 2년을 더 쓸 수 있다. 7년. 


참고로 한국에선 법적으로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하게 12개월씩 각각의 육아휴직을 제공한다. 2년을 제공하는 것인데, 시세이도와 비교해보면 꽤나 후진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후진적인 제도조차도 기업에서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게 다반사다. 


시세이도에 근무하는 남성도 여성과 똑같은 육아휴직을 보장받지만 실제로 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2005년에 도입한 것이 유급단기 육아휴가다. 이 제도는 자녀가 만 3세가 되기전까지 2주 이내의 단기휴가를 3번까지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제도 역시 남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만, 애초에 타겟은 남성이었다. 남성의 육아휴직을 독려하는 이유는 양육의 책임이 비단 여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탄력적 근무(단축근무)

시세이도가 1991년에 도입한 육아시간 제도에 따르면 시세이도 직원들은 자녀가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칠 때까지 하루 2시간씩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다. 또한 이 때는 이사를 해야할 정도의 인사이동은 없도록 회사 차원에서 배려해준다. 시세이도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이런 지원을 해주지만 일본 정부는 (동아일보에 따르면) 자녀 나이가 3세가 되기 전까지만 이런 보장을 해주는 듯 하다. 내가 알기로, 한국엔 이런 제도가 없다. 하긴, 법적으로 보장받는 육아휴직도 못 쓰는 판에 탄력적 근무를 어떻게 쓰겠나 싶기도 하고. 


대체인력

회사의 누군가가 장기간 휴가를 쓰면, 필연적으로 노동 공백이 생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대체 인력이다. 시세이도는 이런 대체인력을 마련하기 위해 미용 전문학교 학생 등 약 1600명을 3개월 단기 계약으로 채용한다. 시세이도는 이런 대체 인력을 "캥서루 스태프"라고 부른다. "캥거루 스태프"는 사무직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매장 여직원들의 단축근무 사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2006년에 도입했다고 한다. 재밌지 않나? 유한킴벌리나 시세이도는 육아휴직이나 탄력적 근무 제도를 안쓰는 여직원들에게 제도를 사용하게끔 계속해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육아휴직을 쓰지 않게끔 눈치를 주는 우리나라의 대부분 기업들과 대비된다.


시세이도에서 여성복지를 제도화한 결과

(계속해서 나는 동아일보의 기사를 인용하고 있음을 밝힌다. 워낙 잘 쓰여진 기사라 우라까이하고 있다. 나는 해당 기사에서 액기스만 빼와서 정리하고 있으므로, 더 자세한 내용을 보고 싶으면 위에서 링크한 기사를 직접 읽기를 바란다)


1990년 이전까지 시세이도 여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4년으로 남성(평균 20년)보다 6년이 짧았지만, 육아휴직과 단축근무 제도를 도입한 1990년대 초반 이후 여직원들의 근속연구는 평균 16년으로 늘었다. 그리고 근속 연수가 늘면서 팀장급 이상 간부 중 여성의 비율도 함께 증가했다. 2007년 16.2%였떤 여성 간부 비율은 해마다 늘어 2014년에는 27.4%까지 올랐다. 시세이도는 2016년에는 여성 간부의 비율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아일보

홍보부의 나가이 쇼타로씨의 말이 꽤나 인상적이다. "일본 기업들의 경우 대졸 신입사원이 3년 안에 이직하는 비율이 30% 정도 되는데 우리 회사는 3년 내 이직률이 한 자릿수", "특히 입사 후 3년이 지나서도 여직원들이 출산이나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 비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여성 직원들을 지원해주니 이직률이 줄어드는 아름다운 현상이 일어났다. 한편, 다른 회사에선 시세이도처럼 지원을 안해주니 시세이도 직원들은 굳이 이직할 필요를 못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시세이도가 여성을 지원하는 이유

시세이도의 인사·노무담당 임원 오쓰키 시게토 인사부장에게 "육아지원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직원의 80%, 고객의 90%가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또 그는 이렇게 말한다. "능력 있는 여직원들이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면 회사로서는 큰 손실" 참고로 시세이도의 직원은 2014년 기준 4만 7000여명이며, 그 중 80%가 여성이다. 


대부분의 구매자가 여성이니 구매자를 유혹하는 상품을 만들려면 구매자와 비슷한 사고를 해야할 것이다. 그와 같은 이유로 시세이도는 여성 인력으로 대부분의 인력을 구성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는 듯 하다. 여기서 잠시 유한킴벌리 이야기를 해보자. 유한킴벌리의 주력 상품인 기저귀 역시 대부분의 구매자가 여성이다. 유한킴벌리 역시 시세이도와 비슷한 계산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오쓰키 시게토 인사부장은 워킹맘을 지원하는 회사의 3단계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는 꽤나 인상적이다.

1단계- 일과 양립의 양립 불가
2단계- 일과 육아를 가까스로 병행하는 형편
3단계- 육아 걱정 없이 일에 집중하면서 직무 관련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수준


오쓰키 부장은 일본의 기업들이 대부분 1단계에서 2단계로 향하고 있다고 하고 시세이도는 2단계에서 3단계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분석하기에 한국의 대부분 기업들은 1단계에 머물러 있다. 유한킴벌리 정도가 2단계와 3단계 사이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육아휴직 사용률이 늘어나면 출산율도 함께 올라간다. 하지만 기업들만의 의지로는 부족하다. 정부가 대국적으로 정치를 해야 기업들도 육아휴직에 보다 많은 배려를 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직은 한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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