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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Feb 23. 2016

어떻게 조직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할 것인가?

야당이 강력해져야하는 이유

여당과 야당간 힘의 추가 균형을 이루어야 건강한 국가가 된다

나는 어떤 당에도 소속되어있지 않다. 즉, 나는 특정 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나는 강한 야당이 국가라는 공동체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한 개의 당이 경쟁자 없이 날뛰면 마땅히 견제되어야할 법안이 견제도 되지 않고 통과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논의가 되고 있는 테러방지법(aka 국민도청법)은 명백하게 국민에게 해로운 법이지만 파괴적으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새누리당에 의해 '견제되지 않고' 통과될 수도 있다. 야당이 <테러방지법>을 견제할만큼 강하지 않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어떻게 조직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할 것인가?"


<Nudge>를 쓰기도 했던 캐스 선스타인이 지은 <Wiser>에선 "어떻게 조직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책을 보면 여러가지 방법론들이 등장하지만, 이 글에서 그것들을 일일이 반복하는 것은 사족일 것이다. 300쪽이 넘는 그 책을 한 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안들을 최대한 많이 모색하고, 수집된 대안들 중에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선택해야한다" 이러한 과정을 "식별과 선택"이라고 한다. "식별" 단계에선 다양한 대안을 수집하고, "선택" 단계에서는 수집된 대안들을 여러 방면을 통해 분석하는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브레인스토밍이 "식별"에 해당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 대안을 설정할 때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다고 선스타인은 말한다.


나는 이 글에서 "선택"이 어떻게 해야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지 다룰 것이다. "식별" 단계를 생략하는 이유는 여당과 야당의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제출하는 순간 "선택"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즉, 국회의원 개인이 법안을 선택할 때는 "식별" 단계가 있겠지만, 법안이 발의된 순간부터는 국회의원들 끼리의 "식별" 단계다. 나는 여당과 야당간의 관계를 다루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이므로 "식별" 단계에 대해 썰을 푸는 것은 무의미하다. "식별" 단계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글을 쓰거나 하겠다(책 <와이저>를 읽으시는 게 빠르실듯하다. 번역되어있다).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하나의 회사(갑)를 상상해보자.


(상황1)갑에는 사장이 있고, 그 아래에는 같은 권한을 가진 11명의 직원이 있다. 어느날 사장이 회의를 위해 직원들을 소집한다. 사장은 A회사를 인수해야할지 말지를 결정내리기 위해 회의를 소집했다. 그리고 회의를 시작하기 전 11명의 직원들 중에 5명은 A사를 인수하는 것에 찬성하고 6명은 이에 반대한다.


위의 상황을 전제로 하고 아래를 보자.


(상황1-1) 회사가 위계가 투철하고, 상사의 말을 무조건 들어야하며, 상사의 말에 토를 달면 오히려 낙인이 찍혀서 진급이 어려워진다고 해보자. 이 경우에 상사가 "나는 A사를 인수하면 좋다고 생각함. 니들 생각은 어때?"라고 한다면 11명의 임직원은 어떤 대답을 할까? (상황1-1)에선 위계가 투철하고 상사에게 토를 달면 낙인이 찍힌다고 했으므로 기존에 A사 인수에 반대하는 6인도 사장의 말이 옳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결과적으로 갑이란 회사에게 안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A사를 인수하는 것이 갑에 치명적인 실수일 것이라 생각하는 직원들이 데이터를 공개하는 위험을 감수할 동기가 없기 때문에 그 데이터를 감추게 되며 결과적으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다각적으로 분석한 뒤에 "선택"을 해야하는데 데이터 자체가 위계가 투철한 회사 문화에 의해 회의석상에 나올 기회가 박탈되었다. 만약 인수에 반대하는 6인의 데이터가 모두에게 공유가 되었더라면 갑은 더욱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사고실험을 거치지 않더라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와이저>에는 이와 관련한 실제 사례를 내놓았다. 상사가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입장을 먼저 밝히면 대부분의 임직원이 상사의 의견을 따랐으며 회사의 위계가 투철할수록 더더욱 그런 경향을 강해졌다.


미국의 쿠바 침공 사례도 이에 해당한다. 케네디와 몇몇 당직자들은 쿠바 침공에 전적으로 동의했고, 그 위세에 눌린 반대파들은 몇몇 근거들을 바탕으로 '명백하게 실패할 것이다'라고 생각했으나 그런 생각을 공유하지 않았다. 대통령에게 반대하면 자신들에게 피해가 돌아올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 많은 데이터는 결과적으로 토의석상에 나오지 않았고 쿠바 침공은 명백하게 실패로 끝났으며 케네디는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더 많은 실험과 실제 사례들은 책을 통해 보시길 바란다.(참고로 나는 출판사로부터 홍보요청 받은 거 전혀 없다)


(상황1-2)회사가 위계가 투철하지 않고 수평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누군가의 의견으로 인해 선택이 이루어져서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루어진다면 선택에 영향을 준 이에게 의미있는 보상이 이루어진다고 해보자. 이 경우에 상사가 "나는 A를 인수하면 좋다고 생각함. 니들 생각은 어때?"라고 한다면 11명의 임직원은 어떤 대답을 할까? 앞서 (상황1)에서 5명의 직원은 A사 인수에 찬성한다고 했고, 6인은 반대한다고 했으니 6인들은 (상황1-2)와 달리 자신들의 의견을 낼 것이고, 토의가 끝나지 않는다면 표결을 할테지만 그마저도 6:6 동수로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다.


결론이 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황1-2)의 상태가 (상황1-1)보다 나은 나은 이유는 실패할지도 모르는 A사 인수가 일단은 보류가 되었다는 것이고(성공할지도 모르지만 도박인 것은 여전하다), 반대하는 6인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직원들과 공유함으로써 (상황1-1)에서는 고려조차 하지 않았던 요소들을 다함께 고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상황1-2)에선 결과적으로 더 많은 데이터가 공유가 되었고 직원 모두 더 많은 데이터로 무장하고 "선택"과정에 개입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상황1-1)에선 상사의 결정 뒤에 어떠한 데이터도 공유되지 않았으며 회사는 리스크를 껴안은 채로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되었다.




왜 야당이 강력해져야하는가?

다시 정치판으로 돌아와보자. 야당이 강력해져야 하는 이유는 "선택" 과정에 개입할 수 있어야하며, "선택" 과정에 있어서 더 많은 데이터가 "선택"에 있어서 고려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독재국가들이 결과적으로 실패했던 이유는 더 많은 데이터가 고려되지 않은 상태로 결과가 불확실한 대안들을 "선택"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지점에서 생각해볼 때 나폴레옹이나 히틀러가 망한 이유는 크게 다르지 않으며, 북한이 남한에 비해 가난한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주의가 독재를 바탕으로 하는 국가들보다 성장한 이유는 더 많은 데이터, 더 많은 대안들이 함께 논의되며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더 나은 대안을 "선택"해왔기 때문이다. 소수의 지도부가 당의 후보를 뽑는 공천제보다 다수의 국민들이 뽑는 오픈프라이머리가 강한 후보를 뽑는 것에 유리한 것도 같은 이유다.


야당이 강력하지 않다면 행정부와 여당이 발의한 법은 충분한 데이터를 통해 논의되지 않을 것이다. 즉, 실패할 것이 명백한, 사회에 해악을 줄 것이 명백한 법안들마저 제멋대로 통과될 것이고 그것들을 국가와 국민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그리고 더 많은 데이터를 통해 '실패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여론을 등에 업고 실패할 법안을 부결시키거나 폐기시키기 위해 강한 야당이 필요하다.


그러면 현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은 충분히 강한가? 다음글에서 이에 대해 다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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