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오개역 이디야 커피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글을 쓰고 있다.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자 눈 앞에 남녀 커플이 있다. 말이 없다. 남자는 작은 사이즈의 쇼핑백을 테이블에 놓은 뒤 여자 방향으로 밀었고, 여자는 남자가 뭘 하는 지는 처다보지도 않고 얼음컵에 부어야하는 오렌지 쥬스의 뚜껑을 의미없이 만져댄다. 여전히 둘은 말이 없다. 남자는 걱정되는 듯 여자를 바라보고 여자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있다. 여자는 쇼핑백을 거부하듯 남자쪽으로 밀어낸다. 소리도 나지 않을 정도로 살살 밀었지만, 남아있는 힘을 쥐어 짜내며 그것을 밀었을 거고, 남자의 눈에 그것은 거대한 헤일처럼 거대하게 밀려왔을 것이다.
남자는 거부를 거부하고 쇼핑백을 다시 여자에게 민다. 안타깝게도 여자에겐 다시 그걸 밀어낼 힘이 없다. 그는 백팩을 어깨에 걸친다. 입술을 꾸욱 닫고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시선을 둔 뒤 인사 없이 카페를 떠난다. 문이 열리며 들어온 찬 바람이 그녀를 때린다. 혼자 남은 여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한참을 있더니 남자에게 받은 쇼핑백을 더 큰 쇼핑백에 넣고 입도 안댄 얼음컵을 반납한 뒤 두번 다시 오지 않을 카페를 벗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