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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Dec 02. 2016

"이 사람이 절 좋아하는 게 맞나요?"


1. 상담 요청

여러 분야의 글들을 쓰다보면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어떤 분야의 글을 쓰냐에 따라 겪는 경험도 다르다. 정치 분야의 글을 쓰면 언론사에서 연락이 오곤하고, 연애칼럼식의 글을 보면 연애 상담 연락이 오는 식이다.


2. "그린라이트 여부를 파악해달라!"

상담 요청의 내용 중 상당 부분이 이런 내용이다. "이 사람이 절 좋아하는 게 맞나요?" 그린라이트 여부를 파악해달라는 거다. 그러면서 '그'가 해준 이것저것들에 대해 알려준다. '그'가 해준 말에서 그린라이트 여부를 찾으려고 하고, '그'가 준 선물이나, '그'가 알려준 음악의 가사에 어떤 의미가 있는 지 찾으려고 한다.


3. 그린라이트는 중헌가?

사실, '그'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상대가 너무도 명백한 시그널을 보낸 게 아니라면 결국 (필자 같은) 제3자가 봐도 스무고개일 뿐이고, 상대가 명백한 시그널을 보냈다면 애초에 그린라이트 여부에 대해 상담 요청을 하지도 않았을 거다.


상대의 행동에 각종 의미를 부여할 지 고민하기 전에, 상대의 어떤 행동이 정말 사랑을 담은 것일 때, 그것이 충분한지부터 생각해봐야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길거리에서 알바에게 얻은 핸드크림 샘플을 주며 "너 생각나서 받아왔어"라고 할 때, 그건 그린라이트일 수도 있지만, 그 초록빛이, 뭐랄까, 겁나 희미해서 의미없다.


어떤 음악이 좋다면서 '나'에게 알려왔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 가사가 완전 러블리해서 간접적인 고백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실제로 그게 간접적인 고백일 수 있지만, 그 사람의 감정은 가사 따위에 의존해야할 정도로 뭔가 겁나 희미한거다. 이쯤되면 그린라이트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의 감정이 충분히 강렬했다면, 그는 결코 스무고개를 던지진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의 7시간도 아니고.


4. 상대의 마음보다 중요한 건 '나'의 마음

<응답하라 1988>의 초반에 덕선이가 마음을 가지는 상대는 일관적이다.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할 때 그 사람을 좋아한다. 그녀의 연애전선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건 덕선이 아니었다. 이런 덕선에게 동룡은 말한다. "너가 좋아하는 사람은 누군데?"


'나'에 대한 그 사람의 그린라이트 신호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하나의 트리거가 된다면, 그렇게해서 시작되는 관계는 건강한 관계가 되기 어렵다. '나'는 심각한 애정결핍에 걸려있고, 누가됐건 자신을 좋아하기만 하면 모든 걸 제쳐두고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런 관계는 의존적인 관계가 될 가능성이 다분히 높고, 그런 관계는 오래갈 수 없다. '나'는 상대에게 계속해서 상대에게 사랑을 확인받으려 할 것이고, '그'는 결국 지쳐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에게 그것마저 감수해야한다고 말하는 건 폭력이다.


5. 자립

연애가 비록 두 사람(대체로 두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간에 일이긴 하지만, 잊지말아야할 것은 결국 개인과 개인의 관계라는 거다. 그리고 두 사람이 온전히 관계를 이루어나가기 위해선 두 사람 모두가 개인으로서 자립할 수 있는 상태여야한다. 자립이란, 말 그대로 혼자만의 힘으로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연애는 서로가 서로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형태가 되어야하지, 한 사람의 결핍을 채워주는 방식이 되어선 곤란하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의 결핍을 채워주는 식으로 관계가 정립된다면, 채워주는 쪽은 결국 지쳐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채워짐을 받는 자에게도 이런 관계는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결국 상대가 사라져버리면 무너져내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언발의 오줌 누기다. 연애를 통해 자존감을 충족시키려는 시도가 위험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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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 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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