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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Dec 30. 2016

사랑을 고백하고, 그에 답하는 문제


요즘 한 사람과 사랑을 하고 있다. 나로선 꽤나 놀라운 일이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 앞으로 사람을 만나지 못할거란 생각을 했었고, 연애나 결혼도 내 인생과는 무관한 것이라 생각했다. 애써 혼자라는 사실이 견디기 어려워서 애초에 포기했는지도 모르겠다. 


첫 눈에 반하는 그런 식의 사랑은 아니고, 오랜 기간 만난 정이 애정으로 변한 관계도 아니다.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되었고, 우연한 계기로 이어지게 되었다. 재밌는 것은 만남의 경과와는 무관하게 나와 이 분이 꽤나 잘 맞는다는 것이다. 관심사가 비슷하고, 취미도 비슷하다. 


취향과 인연 간의 관계

심지어 이 분은 나처럼 <히어로즈 오브 스톰>이라는 아무도 안하는 고급 게임을 하셨다. 이런 사소한 우연적인 것들이 서로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인연이란 게 정말 있나 싶었다. 만난지 일주일도 안되서 혹은 일주일쯤 됐을 때는 함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전의 연애에선 그런 것들을 안하던 두 사람이 말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신기했던 이유는 놀랍도록 비슷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살아온 과정도 비슷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비슷하고, 어떤 사회 이슈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도 비슷했다. 한 정치집단에 대해 의견을 말하면 "신기하다. 나도 그런데"라는 답을 서로 자주했다. 나는 공교육에서 인권 교육이나 노동법 등을 가르쳐야 한국의 민주주의가 더 자리를 잡고 새누리당 같은 애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게 될거라 생각하는데, 이런 말을 하자 이분은 자기의 꿈이 공교육에서 헌법 등을 가르치게끔 관여하는 것이라 했다. 관련 책자를 만든다거나 하는 식으로.


서로 보는 콘텐츠들도 비슷했다. 나는 소리가 사각사각하게 나는 영상들을 좋아한다. 마음을 안정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분도 비슷했다. 그녀는 내게 자신이 자주 보는 유튜브채널 <꿀키>나 <Peaceful cuisine>를 알려주었고, 지금은 그녀와 나의 youtube 피드가 거의 유사하다. 게다가 그녀는 내게 게임 <하스스톤>을 영업했다. 나로선 신기한 일이다. 누가 하란다고 하는 인간이 아닌지라.


다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관계가 깊어지는 속도가 빨랐던 만큼 싸움도 적지 않았다. 사실 이 글은 그 다툼에 대해 다루려고 시작했다. 여러 다툼들이 있었지만, 다 적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 글을 쓰게 된 어떤 다툼에 대해 글을 써보려고 한다. 사랑을 표현하고, 또 그것을 받아들이는 문제.


사랑을 표현하는 행위

이 분의 경우, 사랑을 표현할 때 그 사랑이 어떤 식으로 피드백이 오길 바랬다. 나는 처음에는 이 부분이 이해가 안갔는데, 그 이유는 어떤 감정이건 그것을 표현할 때, 표현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드백이 없다고해도 상관없는 거 아닌가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최근에 변했는데, 내가 이 분에게 사랑을 고할 때에 이 분이 "어 그래~"하는 식으로 받아들인다면 이것은 내게 그닥 기분 좋은 감정을 주지는 않을 것이 명백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랑을 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사랑을 고백할 때, 어떤 식으로든 피드백을 원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그게 자연스러워보인다. 지금은.


내가 이 문제에 대해서 납득이 쉽게 되지 않았던 이유는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과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 때문인 것 같다. <사랑의 기술>에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나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이 그 사랑을 받아주는 지 여부는 크게 중요치 않다. 그 자체가 중요한거니까. 물론 이는 이론만 그럴듯할 뿐, 완전 어려운 일이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사랑의 기술>에서 알려주는 '사랑'은 우리가 지향해야할 방향이 아닌가 싶다. 유토피아 같은거지. 존재하진 않지만, 잡아야하는.


<미움받을 용기>에선 자립에 대해 이야기한다. 러프하게 표현하자면 자립은 홀로 우뚝 설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인가, 나는 누군가에게 감정을 표할 때, 그 감정에 대해 코멘트라던가 피드백을 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기대하는 것은 나의 자존감을 낮추는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에도 비슷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사랑은 다른 감정들과는 다른 종류의 무엇인 것 같고, 사랑하는 두 사람 간의 관계 역시 다른 사람들과 가지는 관계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는 것 같다.


일반적인 사람들과 관계를 가질 때, 나는 그들에게 딱히 무엇을 바라지 않고, 그것은 그들에게 오히려 안도감을 주었던 거 같다.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 무엇을 바라지 않을 때도 나는 비슷한 안도감을 느꼈다. 


그런데 사랑은 다르다. 사랑하는 두 사람간의 관계에선 누가 누군가에게 무엇도 바라지 않을 때, 도리어 파괴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왜 저 사람은 나에게 무엇도 바라지 않는가?  연인 관계에서 혼자 우뚝 서려고 '타인'을 배제하는 순간 관계는 찌그러질 수 밖에 없는 게 아닌가한다. 


연애에 무슨 정답이 있겠나 싶다가도 생각을 하다보면 정답을 찾은 듯한 느낌도 받는다. 여튼, 사랑이란 것은 사람의 바닥을 보여주기도 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주기도 하는, 강렬한 무엇인 것 같다. 난 아직도 미숙하다. 아마 내일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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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 박현우

나를 지키며 사랑하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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