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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Jul 13. 2015

[K의 연애칼럼] 여자를 만질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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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K라는 여자사람친구에게 전해받은 글이다. 나는 그저 사진을 고르고, 글씨에 색칠을 하는 정도의 관여를 했으니 참고바란다.




당신이 이성애자인 남자라면, 여자와 섹스를 해본 경험이 있다면, 여자를 만지고, 느끼고, 껴안고 한참을 만지작거리다 잠들어 본 경험이 있다면, 당신은 참 운이 좋다. (굳이 모쏠들을 놀리자는 것은 아니고).


여자와의 첫 키스는 감동이었다. 작고, 부드럽고, 섬세한 키스였다. 남자와 하는 키스와는 많이 달랐다. 나도 여자이면서 상대방 여자의 부드러움에 놀라 행여나 내가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까 조심하게 되는 그런 키스였다. 나는 그 뒤로 남자들과 키스를 할 때면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 이 남자도 내 입술이 작고 부드럽다고 생각하며 키스하고 있을까? 내가 여자와 키스했을 때와 같은 느낌일까?'  여자와의 키스는 동시에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내게 키스를 해도 되느냐는 그녀의 말에 선뜻 그러자고 해놓고도 잠시 망설이던 마음은 입술을 마주 대자마자 사라졌다. 이토록 당연하게 느껴지는데 왜 그동안 여자와 키스를 해 볼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었다. 마치 태초부터 여자끼리의 키스는 당연했던 것처럼. 이런 표현은 좀 우습지만, 대중목욕탕에 일단 들어가고 나면 동성의 알몸을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나는 그전에도 LGBT 권리를 적극 지지해 왔긴 했지만, 여자와 키스를 한 후로는 여자끼리의 스킨쉽이 '동성애'이기에 '비정상적'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더욱 우스웠다. 아니, 이 좋은 걸 왜...?


여자에 대한 나의 성적 호기심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여성에게 비정상적인 외적 기준을 강요하는 사회에 맞서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모든 여성의 몸은 아름답다.'는 구호를  아마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나는 여자와 섹스를 한 후에야 그 말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여자의 몸은 정말로 아름답다.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이어지는 크고 작은 모든 굴곡이 섹시하다. 어쩐지 나는 여기저기 만질 곳이 많은 살집 있는 여자가 더 예뻐 보인다.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짐승 같은 거친 매력도 물론 좋지만, 여자의 살결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따스함은 남자의 단단한 가슴팍에 꽉 안겨 있을 때와는 또 다르다.여자끼리 섹스를 하는 것이 뭐가 재미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여자로 태어나 여자의 몸에 이미 익숙해진 지 오래임에도, 여자의 몸 구석구석, 겉과 속을 알아가는 것이 아주 즐거웠다.  나에게 여자와의 섹스는 살면서 한 번쯤 궁금해서 해보는  해프닝이 아니었다. 남자와의 섹스, 여자와의 섹스, 그리고 둘과 동시에 하는 섹스 모두를  즐기는 나의 성적 취향을 발견했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를 만족시키는 결과를 낳았으니 난 얼마나 운이 좋은가!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섹스를 할 때 나의 상상력이 더 무궁무진해졌다는 점이다. 섹스를 하는 여자의 모습을 알아버려서인지, 상대방의 눈에 보이는 나의 모습이 어떠할지 머리속으로 계속해서 그려보게 된다. 그 여자가 웃으며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이 섹시했었지, 나를 이렇게 쓰다듬는 손길이 기분 좋았었지.... 지금 나와 섹스하는 그도 같은 생각일까?  세상 눈치 안 보고 여자의 말캉말캉함을 맛보고, 씹(?)고, 즐길 수 있는 남자들이 부러워져 만나는 남자들마다 꼭 이 말을 해주게 된다. 넌 참 운이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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