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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Jul 13. 2015

그녀를 떠나는 이유, 그를 떠나는 이유


남자가 여자를 떠나는 이유는 그녀를 더이상 사랑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다.

여자가 남자를 떠나는 이유는 사랑을 받는다고 느끼지 못해서다.


이 모든 일은 동시에 일어난다. 남자는 자신의 사랑에 회의적이다. 그리고 여자는 본능적으로 혹은 남자의 행동을 통해 그것을 느낀다. 여자는 피눈물을 흘린다. 남자는 이미 사실상 이별을 한 것처럼 행동하고 여자는 거기에서 상처를 받는다.


이때 남자가 먼저 이별을 통보하는 경우, 여자는 이미 다 안다는 듯이 그것을 받아들인다.

반대로 여자가 먼저 이별을 통보하는 경우, 남자는 당황스럽다. 얼얼하다. 


갑자기 왜?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는데? 이때 잠적해있던 남자의 페르소나,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의 과거 페르소나가 출연한다. '나는 널 사랑하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라는 소리를 한다. 그것은 한치의 의심도 할 수 없는 진심이다. 여자도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 말에 흔들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미 수십번 남자에게 칼로 찔린 자신이다. 더이상 그 고통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다시 그를 받아줄 자신이 없다. 너무 힘드니까. 그래서 그녀는 떠난다. 이별 통보를 한건 자신이지만, 먼저 이별한 건 남자다. 먼저 상처를 준 건 남자다. 그러니 이제와서 바짓가랑이 붙잡아봤자다. 니놈한테 받은 상처가 너무나 크다. 또 상처입고 싶지가 않다. 적어도 지금은 니놈을 받아줄 자신도 없고 여력도 없다. 지금 내가 널 받아줘도 넌 또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될테니까. 난 또 상처받을테니까.


이별 후유증이 상대적으로 여자가 짧다는 말들이 있다. 그런데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녀들은 이별하기 전부터 이별의 고통에 아파해왔다. 남자가 이별로 인해 여자보다 더 오랜 세월을 고통스러워한다면, 그것은 여자보다 늦게 이별을 경험해서다. 여자는 남자놈의 배려없는 모습에서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 행동을 통해 이미 이별을 받아들였었지만, 남자는 그저 자신의 사랑에 확신을 하지못했을 뿐 이별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별이라니. 당황스럽고, 얼얼하다. 아프다기보단 얼얼하다. 상상도 못한 일이다. 이별이라니.


시간이 흐르면 남자는 이별을 온 몸으로 체감한다. 그녀는 떠났다. 그것은 그녀가 예전에 겪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녀는 생각했다, 그는 떠났다고. 남자는 여자가 한참 전에 느꼈던 그것을 지금에와서야 깨닫는다. 늦다. 늦어도 너무 늦다. 그리고 아프다. 이제서야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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