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태어나서 우리가 선택하지 못하는 게 몇가지가 있다. 일단 부모님을 선택하지 못하고, 성별을 선택하지 못하고, 태어나는 국가도 선택하지 못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이라는 소설을 보면 인간으로 태어나기 전에 부모를 선택하는 과정이 있긴하지만, 그건 소설이니까 무시하자. 또 우리가 선택하지 못하는 게 하나 있는데 우리가 사랑하는 존재다. 어떤 이유로건 우리는 훅 하고 상대에게 빠져든다. 계획을 해서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지는 경우는 없다.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졌을 때 가장 아름다운 시나리오는 상대도 우리에게 푹 빠지고 룰루랄라하게 되는 건데, 인생사가 언제부터 우리 뜻대로 되었던가. 사랑에 빠졌는데, 아쉽게도 상대에게 임자가 있는 경우가 있다. 이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뻇어야할까? 아니면 포기해야할까? 일단은 친구로서 접근해야한다. 그(녀)가 지금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있는 데 당신이 구애한다고 당신에게 넘어올 확률은 별로 높지 않다. 그러니까 최대한 가까운 사이가 되도록 친해져야한다. 프렌드존에 갇히는 것을 염려하지는 말자(그런건 없다). 일단은 친해지는 게 우선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당신이 상대의 연애관계를 존중해야한다는 것이다.
멀쩡히 잘 사귀고 있는 사람에게 당신이 썸 타듯이 접근을 하면 상대는 이성적 호감을 떠나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고 당신이 배려심이 적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애인이 있는 상대에게 무턱대고 들이대면 당신은 그(녀)를 꼬시는 것는 고사하고 앞으로 얼굴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애인이 있는 상태에선 사귈 수 없다. 억지로 뺏으려고 하지는 말자. 그러니까 일단은 당신의 이성적 매력을 뽐낼 게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을 어필해야한다. 그러니 상대의 연애를 존중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우선이다. 상대의 연애를 존중한는 건 가장 기본적인 배려다. 섣부르게 들이대지 말자. 깨질 커플은 깨지게 되어있다. 그때를 노리는 게 더 성공 확률이 높다. 급하면 되려 망친다.
물론 그(녀)가 이미 누군가와 사귀고 있어도 당신의 꼬임에 넘어올 수는 있다. 그런데 그렇게해서 '작업'이 성공하는 게 과연 긍정적이기만 할까? 필자는 심히 회의적이다. 연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꼬임에 넘어갔다면, 당신과 사귀는 도중에도 누군가의 꼬임에 떠나갈 수 있다. 설사 그(녀)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할 지라도, 당신의 사랑이 시들해지면 오히려 당신이 그(녀)를 의심하고 회의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너가 나랑 썸탈 때 애인 있었는데, 나랑 사귈 때라고 딴 놈(년) 안 만나겠냐?" 따위의 근거 없는 말을 줴칠 수도 있는 게다. 불안정하게 시작한 연애는 오래가기 힘들다.
애초에 여러 불쾌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첫 단추를 잘 끼워야한다. 그러니 일단은 잘 사귀고 있으면 냅두고, 그(녀)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좋다. 굳이 억지로 뺏으려고 할 거 없다. 깨질 커플은 깨질 거니 그때를 노리자. 안깨진다고해도 어느 순간 새로운 사람에게 눈을 돌리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거다. 그게 솔로의 특권 아니던가? 한 사람에게 집착할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