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일부나 전부를 무단으로 퍼갈시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습니다.
여성들의 애교는 여성 인권이
후진 나라에서만 나타나는 문화다
실제로 한국, 일본을 제외하면 여자들이 한국와 일본의 여성들처럼 애교를 피우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13살짜리 클로이 모레츠가 TV 토크쇼에 나와도 딱히 애교는 피우지 않는다. 이는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 약자인 국가에서 주로 나오는 현상이 아닐까?
애교는 약자의 언어다
흥미로운 것은 애교가 주로 남성들로 구성되어있는 군대에서조차 나타난다는 것이다. 계급이 낮은 남성들은 자신보다 계급이 높은 남성에게 원하는 게 있을 때 약자의 제스처로서 애교를 피운다. 일반적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애교를 피우진 않는다. 윗 사람은 아랫 사람에게 명령을 하거나 지시를 하거나 제안을 한다. 애교는 약자의 언어다.
그럼 한국에는 남녀간에 일종의 계급이 있는걸까?
한국의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 약자인 것에 대해서 나는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지만, '계급'에 대해선 결론내리지 않으려한다. 계급은 너무 쎈 단어니까. 다만, "여성들의 애교는 여성 인권이 후진 나라에만 있는 문화다"라는 주장을 하나의 가설로 둔다면 그와 관련하여 볼만한 한국의 현상들이 있다. 이 글은 그 현상들을 다룬다.
애교는 특정 국가에만 있는 개념인가?
일본은 귀여움을 뜻하는 '모에'나 '카와이'라는 말이 있고 한국에는 '귀여움'이란 말이 있다. 영어의 'cute'같은 경우는 우리나라말로 해석할 때 '귀여움'으로 해석되기는 하지만, 그 귀여움이 그 귀여움이 아니다. 오히려 'cute'는 '잘생겼다'라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그리고 일본은 '모에'라는 단어가 응용된 '모에화'라는 단어까지 쓴다. 아래를 보자.
일본과 한국에선 귀여움을 컨셉으로 한 여성 그룹들이 있다. 여아이돌은 귀여운 척(이하 귀척)을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권 여성 아티스트 중엔 그런 애들 거의 없다. 거의 없는 게 아니라 그냥 없다. 볼에 손가락을 꽂는다던가, 귀엽게 보일려고 춤을 춘다던가 하는 게 없다. 미국의 경우 데스티니스 차일드 이후로 여아이돌 자체가 전무하다시피하다.
<SNL Korea>에선 걸스데이를 불러놓고 <애교반상회>라는 꽁트에서 애교를 시키기도 했다. 이는 혜리가 지상파의 군대미화프로젝트의 일환인 <진짜사나이>에서 조교에게 애교를 피운 것이 이슈가 된 것과 무관하지는 않지만, 해당 프로에 나오지도 않은 민아가 혜리와 쌍으로 애교를 피운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진짜사나이> 때문에 <애교반상회>가 차려진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흥미로운 것은 남성 아이돌을 불렀을 때는 애교를 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걔네한테는 몸개그를 시켰다)
한국 여아이돌의 컨셉: 섹시하거나, 귀엽거나
한국의 여성 아이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1. 섹시한 컨셉으로 노래를 부르는 여성 아이돌
2. 귀여운 컨셉으로 노래를 부르는 여성 아이돌
물론 이 외의 컨셉을 따르는 여성 아이돌들도 있긴하다. 하지만 대체로 이 두 컨셉이다.
반도 아이돌들의 특징은 서로 구별되는 개성이 없다는 것이다.한국의 여성 아이돌들은 자기만의 개성으로 작품활동을 하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기업들의 기획된 상품인 성격이 더 강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유행에 따라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바꾼다. 대표적인 게 티아라인데, 걔네는 어떤 때는 섹시함으로 승부를 보다가도 어떤 때는 손에 고양이 손 꼽고 귀척을 했다. 티아라가 부른 노래는 레인보우가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거고, 걸스데이가 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서 반도의 팝시장에서 흥하는 건 얼마나 컨셉을 잘 잡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족-아이돌들은 기획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적응할 수 있는 훈련된 프로들이다. 자신만의 예술적 지문(fingerprint)이 없다는 점에서 예술가로도 안보이고 자신만의 노래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수로 보이지도 않지만 말이다. 같은 지점에서 <도리화가>의 주인공-음악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역할에 Miss A의 수지가 배정된 건 웃긴 일이며, 영화의 캐스팅이 불러온 부조화 때문에 영화는 보기좋게 망했다.
섹시를 컨셉으로하는 그룹들은 "난 널 사랑하는데 왜 내 마음을 모르니?", "바람피지마 개객끼야", "바람폈네 시바?", "헤어져", "너가 나에게 반하지 않고 베길 수 있을까? 내가 이런 몸매를 가지고 있는데? 내 다리 안보임?"등의 이야기를 한다. 사랑을 고백하거나, 남자를 까거나, 이별을 고하거나, 이별을 고한 남자를 까거나, 눈치가 있으면 알아서 나에게 쳐 오라는 소극적인 구애를 한다. 소극적인 구애의 핵심은 '너 아니어도 나 좋다는 남자는 쌔고쌨다'다. 이게 귀여움을 컨셉으로 하는 그룹들의 노래와 다른 점이다.
귀여움을 컨셉으로 하는 그룹들의 노래들은 대체로 "날 사랑해줘", "사랑하고 싶다", "한번만 안아줘", 등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일종의 구애다. 남성에게 사랑을 구애하는 것. 귀척 아이돌들은 '너 아니면 안돼'라고 한다.
섹시 아이돌과 귀척 아이돌 간의 시장성은 차이가 있을까?
나는 그렇다고 본다. 지금은 보아가 <걸스온탑>을 부르며 남자 백댄서 등짝에 올라타서 '나를 따르라 미천한 것들아!'라고 하던 때와 시장 판도가 다르다. 그땐 여성주의적인 곡이 통했는데 지금은 한국의 아이돌 트렌드는 섹시 아니면 귀척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짬밥 찰대로 차서 귀척하기 힘든 보아는 앞으로도 한국 시장에서 재미를 못볼거라고 본다. 그러니 보아누나가 부동산을 하는 거 아니겠나.
섹시도 그냥 섹시를 해서는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
조선에선 섹시하되 ''나'에게 섹스를 해줄 듯한 인상을 풍기는 섹시'가 통한다. 그래서 조선에서는 비욘세 느낌의 섹시는 전혀 흥할 수 없다. 비욘세식의 섹시는 조선이 감당하기엔 너무 쎈 여성상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볼만한 여성 아이돌이 레인보우다. 레인보우를 내가 주목하는 이유는 이 아이돌이 귀척을 하지 않고, 섹시컨셉을 추구해도 뭔가 쎈 이미지를 고수하는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레인보우는 단 한번도 힘있게 뜬 적이 없는데(애도), 나는 그것이 한국 시장이 여성들에게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컨셉을 레인보우가 따르지 않아서라고 본다(의도한 건 아니라고 본다. 그냥 판을 못 읽는 듯).
레인보우가 불렀던 <A>, <마하>는 전혀 귀엽지 않고, 레인보우 블랙은 가터벨트를 연상시키는 혹은 어떤 야한 옷-저거 이름있는 데 까먹었-을 입고 컨셉을 섹시에 몰빵하며 유닛 활동을 하였으나, 지금 글을 쓰는 내가 곡 제목이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나마 그들이 인지도 있는 아이돌로 버티고 있는 이유는 재경, 고우리, 조현영의 미모 덕분일거다. '주로' 섹시를 미는 여성 아이돌들은 멤버들의 운동 영상을 통해서 인지도를 쌓는 데에 열을 올린다.
멤버의 몸매로 그룹을 홍보하는 아이돌은 레인보우와 시스타가 대표적이다. 레인보우는 조현영으로, 시스타는 소유를 통해서 그들의 몸매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어필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요즘 아이돌들은 한 컨셉만을 밀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성 아이돌들이 운동 사진·영상을 뿌린다. 걸스데이의 유라, 티아라의 은정 등등. 하지만 짬밥찰대로 찬 소녀시대는 그런 거 안찍는다. 그런 거 없어도 인기 많거든.
레인보우가 러블리한 컨셉을 도입한 적이 있긴하다. 콘텐츠 시장은 워낙 많은 변수들이 승리(?)를 좌우하기에 귀척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다만, 섹시 컨셉을 잡는 것보단 리스크가 적긴 할 것 같다. 레인보우는 레인보우 픽시라는 유닛으로 귀척 컨셉을 밀어부쳤었으나, 보기좋게 망했다. 일단 노래가 별로다. 그냥 이 친구들은 유닛은 망하는 운명인가 싶기도 하다(물론 유닛만 망하는 건 아니다. 애도).
섹시계에서 운동 영상을 뿌린다면, 귀척계에선 애교 영상을 뿌린다. 여기서도 각각 담당들이 있다. 카라의 한승연, 걸스데이의 민아·혜리·유라, EXID의 하니 등등.
애교를 강요하는 남성들
한국이나 일본의 영상 콘텐츠에선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애교를 보여달라고 하는 장면들도 꽤나 많이 연출된다. TV프로의 MC들은 다짜고짜 여성들에게 "애교가 그렇게 많다고하시는데 애교좀 보여주세요."라고 하며 애교를 요구한다. 동일한 진행자들은 남성 아이돌에겐 애교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몇가지 사례를 보자.
1. 김구라가 카라의 강지영에게 애교를 강요했고, 강지영은 울음을 터뜨린다.
2.시상식에서 전지현에게 애교를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이휘재.
이휘재는 다른 남자배우에겐 애교를 요구하지 않았다.
이휘재에게도 물을 수 있을 것 같다. "너 시상식에서 남자들한테도 애교부려달라 하냐?" 애초에 영화시상식과 애교를 부여주는 것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도 한국의 영화시상식은 어디 보여주기에도 민망한 하찮은 쓰레기 수준이지만.
여성들이 이런 대우를 받는 건 비단 한국이나 일본만의 상황은 아니다. 그저 한국이나 일본의 정도가 더 심할 뿐이다. 서양권에도 여성들에게만 외모에 대해서 질문을 하거나, 어떤 옷차림을 요구하거나 하는 식의 문화가 있다. 물론 여성 쎌럽들의 저항도 있다.
상황 1. 미국 시상식에서 한 기자가 여배우에게 "드레스는 어디서 하셨냐?"하고 묻자 여배우는 이렇게 말한다. "왜 저 배우(남성)한테는 연기에 대해 묻고 나에게는 드레스에 대해 묻니?(xx새끼야)"
상황 2. 카메라맨이 케이트 블란쳇을 아래부터 훑자 그것을 본 여배우는 이렇게 말한다. "저 남자애들한테도 그러냐?"
상황 3. 매니큐어칠한 것을 보여달라는 요청을 받자, 여배우는 중지를 꺼내든다.
상황 4. 칸 영화제에서 하이힐을 신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장이 거부되자, 다음 해에 맨발로 칸에 등장한 여배우-줄리아 로버츠(클릭)
애교 요구를 거부했던 김윤아
한 때 자우림의 김윤아가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나왔을 때 윤도현이 김윤아에게 애교가 있으신가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김윤아는 남편에게는 가끔씩한다고 했다. 윤도현은 그 애교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그때 김윤아가 이렇게 답했다. "남편한테 하는건데 여기서 왜 해요?"(정확한 워딩은 아니다) 그리고 김윤아는 결국 애교를 보여주지 않았다. (영상자료를 삽입하고 싶은데, 찾을 수가 없다)
애교부리는 여성을 원하는 시대
대다수의 남성들은 여성과 동등한 위치에 있고 싶어하기보다는, 아래에 두고 싶어한다. 남성이라는 건 일종의 기득권이기 때문이다. 남성들의 이러한 '선호'는 한국의 콘텐츠계에까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게 현실이고, 여성 아이돌들의 귀척과 그에 따른 성공도 이러한 수요를 반증해준다.
바야흐로 귀척의 시대가 왔다.
섹시는 앞으로도 여아이돌이 택하는 주류 컨셉으로 자리를 잡겠지만, <걸스 온탑>같은 식의 섹시는 이제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힘들게 될 듯 하다. 비욘세가 <Run the world(girls)>를 미국에서 부를 수 있는 있는 건 그녀가 그만큼 '된 사람'이어서긴 하지만, 동시에 시장이 그런 노래를 받아줄 수 있을 정도로 진보한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삶이 각박해지면 배려심이 적어지고, '나'의 삶을 더 살만하게 만들기 위한 제물을 찾기 마련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한국 남성들은 그 타겟을 여성으로 정했다. 한국의 여성 혐오가 전보다 더 심해진 건 한국이 헬조선이란 별명을 가지게 된 것과 아주 무관하지는 않을 거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한국 여성의 위치는 예전보다 더욱 배타적이고 후진적으로 변했으며, 지금은 공격의 대상까지 되어가고 있다. 최근 강남에선 무작위 여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가 발생했다.
한국에서 여성 아티스트, 여성 아이돌들이 남성이 원하는 방식의 여성상을 보여주지 않고 흥할 수 있을까? 쎈 여성상, 아니 남성에게 잘보이는 듯한 태도를 취하지 않은 어떤 여성상을 택하는 여성 아이돌이 흥하는 날이 올까? 다수의 여성들조차도 이런 문제에 있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에 나는 앞으로도 이런 문화는 당분간 계속되리라 생각한다.
비욘세의 <Run the world> 공연으로 포스팅을 마무리하겠다.
*귀척이 반드시 흥하게해주진 않는다. 다만, 시장에서 흥하기에 섹시보다는 효과적인 양념이 된다.
*스텔라가 안뜨는 이유는 귀척을 안해서가 아니라 춤이 더러워서다. 혹여나 이 글을 보실까봐 조언드리건데, 벗는 거 그만하시라. 언발에 오줌누기다.
*<오나의귀신님>의 나봉선이 뜨는 이유가 뭘까?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셰프님~", "아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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