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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Oct 14. 2015

"남녀차별은 없다"고 믿는 여성들의 경우



미리 말씀드리건데, 이 글에는 "'남녀차별은 없다'라는 여성을 바라보는 방법" 적혀있지 않다. 단지 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 가에 대한 나의 고민이 담겨 있을 뿐이다. 그러니 함께 고민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 글을 읽으시고, 그게 아니신 분들은 갈 길 가시는 게 시간을 소중히 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려드린다.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글이 서술될 것이다.


이 포스트가 다루는 "남녀차별은 없다"라는 여성

이 이야기가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이유는 시스템을 지키려는 자들은 역사적으로 항상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그러하다. 노예제를 폐지하려할 때 노예를 부리고 있는 많은 백인들을 비롯하여 노예제에 만족하고 있는 흑인 노예들도 시스템을 유지하고 싶어했다. 노예제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흑인 노예들을 이해할 수 있다면, "남녀차별은 없다"라고 하고 또, 페미니스트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여성들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언급하는 "페미니스트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여성"들이라 하면 "페미니스트의 존재 그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보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즉, 특정 페미니스트를 비판하는 자들이 아니라, 애초에 페미니즘이 지구상에 필요없다고 주장하는 자들을 말한다. 페미니즘의 방법론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페미니즘의 존재의의 자체를 부정하려고 하는 자들을 말한다. 남녀차별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으므로 남녀차별이 있다는 식으로 주장해선 안된다, 라는 식의 주장을 펴는 여성들을 말한다.


남성이 아니라 여성을 다루는 이유

이 글이 페미니즘을 비난하는 남성을 다루지 않고 여성을 다루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많은 남성들은 페미니즘이 자신들을 위협한다고 생각 혹은 착각을 하기에 페미니즘에 대한 증오, 혐오, 불안은 일면 이해가 가능하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라는 의미의 '이해'다. 둘째, 남성이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성별로 인해 어떤 특혜를 입고 있다면, 남성들 입장에서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자신들의 이익에 유리하다. 페미니즘은 그 시스템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온 몸을 다해 페미니즘을 '처리'해야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다수의 남성이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이유는 또 한번 일면 이해가 가능하다. 다수의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혐오하는 것은 자신의 이익과 직접 닿아있기에 혹은 닿아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에 꽤나 자연스럽다.


이와는 달리 몇몇 여성이 페미니즘을 혐오하는 경우는 남성의 경우와는 성격이 좀 다른 것 같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을 받는 경우에 이런 부당함을 없게끔 해서 '완전한 공정 경쟁'을 하자는 것이 페미니즘이기 때문이다(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그렇다). 즉, 페미니즘은 남성의 이익보다는 남성위주의 사회에 의해 제대로 능력을 펼치지 못하는 여성의 이익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여성이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를 혐오하는 문제는 남성이 같은 행위를 하는 것과 성격이 다르다.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것에 엿을 날리는 것이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잘 이해가 안되는 것이다.


그 여성들은 다음과 같이 나뉠 수 있을 것 같다.

케이스 하나, 남녀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여성들

케이스 둘,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라고 믿는 여성들

케이스 셋, 지금의 시스템이 '나'에게 도움된다고 믿는 여성들


케이스 하나, 남녀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여성들

남녀차별에 대해 아예 인지를 못하고 있는 경우, 즉 모르는 경우가 여기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백지상태인거지. 이들은 아무런 정보를 접하지 못해서 남녀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접근해주면 될 것 같다. 명백한 팩트들로 이들이 '남녀차별'을 이해하게끔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남녀차별이 없다고 굉장히 강하게 믿는 여성들의 경우는 좀 다르다. 이런 여성들은 직장에서 여성이 성희롱을 당해도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후임이라서 성희롱을 당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하는 여성들은 성희롱의 피해자 중 여성이 앞도적으로 만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한다.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설득해야할까? 페미니즘을 증오하는 남성화된 여성으로 봐야할까? 그들이 남성화된 여성이라면 남성을 대하듯 대해야할까? 급할 거 없다. 답은 차근차근 찾아보자.


케이스 둘,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라고 믿는 여성들

고위직에 여성보다 남성이 많은 이유는 여성이 차별을 받아서가 아니라, 남성들이 여성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믿는 여성들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회사를 예로 들면, 부장급과 차장급에 남성보다 여성이 적은 이유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서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회사에 충성을 다하는 직원을 회사가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며, 여성들이 누리는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은 이에 반하기에 회사가 여성들을 승진시키지 않는 것이다"라는 주장을 전제한다. 이들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여성들의 합법적 권리라는 것을 간과하고, 애초에 육아휴직이 도입될 당시부터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남성들이 이기적으로 변하고 있는 게 아니라, 육아를 남녀가 공동으로 분담하는 경향이 늘고 있는 것. 미미하긴하다.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육아휴직을 많이 쓰는 이유는 육아의 짐이 여성에게 떠넘겨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뿐, 여성이 회사에 '덜' 충성해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일과 가정 간의 분리가 일어나지 않는 후진국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나라가 거기에 속하는 거고. 또한, 육아휴직을 주로 여성들이 쓰는 현상은 남성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음에도 쓰지 않는, 즉 육아의 짐을 여성에게만 전가하는 세태를 더 잘 보여줄 뿐이다. 얼마나 회사 입장에서 사고를 많이하면 육아휴직을 쓰는 여성을 "회사에 충성하지 않는 여성"이라며 비난하겠나. 아마도 출세를 위해서 아기를 낳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는 여성들이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쓰는 여성들을 이런식으로 비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은 자신의 선택을 해서 출세를 했는데, 저 여자들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기에 '출세를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거지. 하지만 정상적인 회사는 여성들이나 남성들이 가정을 가지고 아이를 낳아서 합법적인 권리인 휴가를 써도 어떠한 피해도 주지 않아야한다. 합법적인 권리도 누리지 않고, 그런 권리를 누리는 자에게 횡포를 부리는 회사에 "문제없다"라고 하며 예스맨처럼 충성을 하는 자가 차라리 악폐습을 유지시키기는 존재다. 누가 더, 회사에, 그리고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걸까?


케이스 셋, 지금의 시스템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는 여성들

지금의 시스템을 완전히 수용한 여성들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남녀차별이 존재하지 않으며, 지금의 시스템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믿는 여성들이 있을 수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어떤 이익을 받고 있다면, 남녀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믿을 수 있으며, 설사 지금의 시스템이 '남녀차별'을 전제한다고하더라도 '나'에게 도움이 된다면 굳이 지금의 시스템을 바꾸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관점을 어떤 여성이 가지고 있다면 이는 남녀차별이 만연한 사회를 유지하고자 하는 남성들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나'에게 유리하다고 믿는 남성들처럼 여기에 포함되는 여성도 자신의 합리적 이익을 따져서 특정 주장을 따를 뿐이다. 예를 들어, 남성들 앞에서 "남녀차별 같은 게 어딨어요. 21세긴데 ㅋㅋ"라고 하며 남성들에게 알라방구를 뀌며 남성들에게 잘 보이고, 남성들의 인정을 받아서 소위 '출세'라는 것을 하는 여성들, 즉, 남성들의 간택으로 출세하는 여성들은 이 케이스에 들어갈 수 있다.



이것이 문제인 이유는 첫째, 성공을 위한 발판을 남성들이 만든다는 점에서 그렇다. 남성들의 인정을 받아야 출세하는 세상은 결코 이상적이지 않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능력만으로 평가받고 성별과 무관하게 자신의 재능에 맞게 일을 하는 것이다. 둘째, 이런 구조를 '나'의 성공만을 위해서 이용한다면 이런 구조는 더욱 더 짙어질 것이다. 악한 구조에 편입해서 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킨다면, 남녀차별로 인해 피해를 보는 압도적 다수의 여성은 영구적으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들의 딸도(낳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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